김기덕 감독 피소 전말, 연출? 폭력?

“연출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김기덕 감독이 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여배우 A씨는 지난 7월 26일 김기덕 감독을 강요, 폭행, 모욕,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영화계 현장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A씨의 고백은 가히 충격적이다. A씨는 지난 2013년 3월 9일부터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감정 몰입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김 감독에게 뺨을 맞았고, 상대 배우 성기를 직접 잡는 행위를 강요당했다.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당초 모형 성기로 촬영을 하려 했으나, 김기덕 감독이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고 연기하라’라는 주문을 했다. 결국 A씨는 마지막 1회 차 촬영을 남겨두고 “김기덕 감독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 호흡곤란까지 오는 상황”에 직면했고, 제작사인 김기덕필름 측과 상의한 끝에 영화에서 하차했다.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택한 용기?

<뫼비우스>는 욕망을 거세당한 가족의 치명적 몸부림을 담은 작품이다. 근친 성관계, 성기 절단 등 충격적인 장면이 다수 포함돼 국내에서는 두 차례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로 지난 2013년 제7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공식초청을 받았다. 김기덕 감독의 통산 5번째 베니스 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김기덕 감독이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동안 A씨는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A씨는 호흡곤란과 트라우마로 정신과 상담까지 받다가 사건 발생 4년 만인 지난 1월 영화산업노조 산하 영화인신문고에 진정을 접수했다.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택한 용기였다. A씨는 지난 4년간 여성단체, 변호사, 국가인권위원회도 찾았으나 그때마다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무고죄로 고소당하거나 신상이 공개될 우려에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함께 현장에 있던 동료들에게 2차 피해가 이어질까 겁이 났다. 실제로 A씨의 하차후 투입된 여배우에게 악성 댓글이 달리고, <뫼비우스> 프로듀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김기덕 감독 옹호 글이 기사화되는 2차 피해가 발생했다. 이 프로듀서는 보도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심리적인 후유증이 심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다며 기사를 쓴 기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씨가 우려했던 일이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악의는 없어”

전국영화산업노조와 한국여성민우회 등 단체는 지난 8월 8일 기자회견을 개최, 김기덕 감독을 둘러싼 폭행 및 강요 혐의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김기덕 감독은 논란이 불거지자 장문의 해명 글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김 감독은 A씨와 1996년부터 오랫동안 친구처럼 지냈고, 자신이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자 간곡한 출연 요청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2004년 베니스, 베를린 감독상 수상 후 (A씨가) 출연을 부탁해 <시간> 캐스팅 제안을 했으나 마음에 안 든다고 거절했다. <뫼비우스>에 참여하기로 하고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 연락을 끊었다”고 전했다. 감독의 폭력으로 제작사 측과 수차례 상의한 끝에 하차했다는 A씨의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폭력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4년 전이라 흐릿한 제 기억으로는 제가 직접 촬영을 하면서 상대 배우의 시선 컷으로 배우를 때렸거나 아니면 제 따귀를 제가 때리면서 이 정도로 해주면 좋겠다고 하면서 실연을 보이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서, 이것도 약 4년 전이라 정확한 기억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든 연출자 입장에서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다 생긴 상황이고 다수의 스태프가 보는 가운데서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어찌됐든 악의는 없었다는 해명이다.

영화계는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이번 논란에 대해 “이 사건은 감독과 배우라는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자, 그동안 지속된 영화계 관행이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 사건은 개인의 사건이 아닙니다. 2009년 고(故) 장자연 씨 사건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연예계의 뿌리 깊은 문제입니다. 용기를 내 경찰에 고소하더라도 언론에 알려지면 신상이 공개되고 순식간에 꽃뱀으로 몰리게 되죠. 어렵게 재판을 받더라도 연예산업은 특수하다는 인식을 가진 재판부에 의해 폭언, 폭력을 동반한 연출은 제대로 처벌받지 못해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지게 됩니다.”

대책위는 지난 8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검의 성역 없는 수사, 연출이라는 명목으로 배우들에게 자행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영화계 자정 노력 촉구, 정부의 영화계 인권침해. 처우 개선을 위한 정기적 실태조사 및 예산 마련, 언론의 추측성 보도 및 신상 파헤치기 중단을 요구했다. 김기덕 감독 측은 “아직 고소장을 받지 못했다”라며 말을 아꼈다.

“터질 게 터진 거죠”

영화노조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기대하고, 영화계의 잘못된 연출 관행을 바로잡아 모든 영화인의 인권이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기덕 사건 대책위가 밝혔듯 영화계 성폭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배우 이영진은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에 출연해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시나리오에는 한 줄로 적힌 베드신이지만 첫 촬영날 감독이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전라 노출을 요구했다는 충격적인 폭로였다. “촬영을 앞두고 감독에게 옥상으로 불려가 일대일 면담을 했어요. 감독은 제게 ‘딸 같은 배우’라고 말했고, 자신의 고등학생 아들을 거론했죠. 당시엔 노출에 관한 상세계약이 없던 시절이에요. (영화계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여자는 자고 싶어야 돼’였어요. 셀 수가 없어요. 김기덕 감독의 이번 논란은 터질 게 터진 거죠.”

이영진뿐만이 아니다. 최근 여배우 B씨는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에 노출 장면은 없을 것이라는 제작진의 이야기에 영화 출연을 결정했다. 문제는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발생했다. 강간을 암시하는 장면을 찍을 때, 당초 시나리오에서는 바지를 찢는 설정이었으나 현장에서 감독이 바지가 아닌 상의를 찢는 내용으로 변경했다. 감독은 상대 남자 배우 C씨에게 “죽기보다 싫은 강간당하는 기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미친놈처럼 한 따까리 해야죠”라고 지시했다. 남배우 C는 연기 도중 여배우 B의 상의와 속옷까지 찢어버렸고, 결국 여배우는 전치 2주에 해당하는 찰과상을 입었다. 모든 촬영이 끝난 뒤 여배우는 남배우를 강제추행치상죄로 고소했다. 검사는 5년을 구형하였으나 법원은 남배우의 행위는 업무로 인한 행위라고 판결, 무죄를 선고했다. 여배우는 현재 항소를 진행 중이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속 강간 장면 뒤늦게 논란

영화계 성폭력은 국내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 속 강간 장면이 뒤늦게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지난 2013년 한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서 폴(말론 브랜도)이 잔느(마리아 슈나이더)를 강간하는 장면을 마리아 슈나이더 동의 없이 촬영했다고 밝히며 “강간 장면에서 버터를 이용하는 건 촬영 직전 말론 브랜도하고만 상의한 아이디어다. 배우로서가 아닌, 소녀로서의 마리아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경악을 금치 못할 고백이다.

세계적인 비난 폭격이 쏟아지자 베르톨루치는 뒤늦게 “마리아 역시 시나리오에 강간 장면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의하지 않은 것은 단지 버터 사용에 관한 것이었다”라고 황당한 해명을 늘어놓았다. 미리 합의되지 않은 소품으로 배우가 수치심을 느꼈다면, 그것 또한 연출이 아닌 폭력이다. 연출이라는 이름이 촬영장 안팎의 모든 일에 면죄부가 될 순 없다.

감독이 베드신, 노출 장면을 촬영하면서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노출을 여배우에게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압박하는 것 역시 그 자체로 폭력이다. 촬영장에서 이루어지는 합의를 통해 모든 것이 연기라는 것을 전제하고 촬영하는 것이 영화와 스너프필름의 차이라면 차이다.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마저 저버린 영화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수치심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느껴야 한다. 우리가 영화계 성폭력에 망설이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이유다.

관련 키워드 : #김기덕, #뫼비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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