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영화] ‘가위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팀 버튼, 조니 뎁 사단의 시작

# 영화 ‘가위손’

감독: 팀 버튼
출연: 조니 뎁, 위노나 라이더, 다이앤 위스트, 알란 아킨
장르: 판타지, 드라마
상영시간: 1시간 44분
개봉: 1991년 6월 29일 / 재개봉: 2014년 5월 22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네이버 영화 제공

벚꽃이 흩날릴 때쯤이면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떠오르듯 눈이 내리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다. ‘러브레터’나 ‘러브 스토리’ 같은 고전 영화도 있겠지만, ‘할머니, 눈은 왜 내리는 거예요?’라는 대사로 시작하는 ‘가위손’도 있다. 오늘 만나볼 영화는 판타지의 거장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이다.

# 겉보기와 달리, 순수하고 여린 영혼을 지닌 가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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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색의 집들로 가득한 어느 마을. 영업사원 펙(다이앤 위스트 분)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가정집에 화장품 방문판매를 한다. 하지만 그녀를 귀찮게 여기는 마을 사람들에게 언제나 홀대를 받는다. 여느 때처럼 별다른 성과 없이 집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마을 뒤편에 있는 외딴 성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제품을 팔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성으로 성큼성큼 들어간 펙은, 으스스한 성 안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던 에드워드(조니 뎁 분)를 만난다. 에드워드의 양손에는 손 대신 가위가 달려 있다.

펙과 함께 생전 처음 성 바깥으로 나온 ‘가위손’ 에드워드는 그녀의 집에서 숙식하며 지내게 된다. 얼굴에는 상처투성이인 에드워드에게 마을에서의 삶은 새로운 것, 어려운 것 투성이다. 침대는 찌르기만 해도 구멍이 나서 물을 뱉어내기 일쑤고, 옷 입는 것, 음식 먹는 것조차 힘들다. 그래도 펙의 살뜰한 보살핌 속에 에드워드는 마을에서의 삶에 차츰 적응해나가고, 온 마을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된다. 그러던 중에 펙의 딸 킴(위노나 라이더 분)을 처음 만나게 된다.

킴(위노나 라이더 분)은 보통사람과는 다른 에드워드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영 어색하기만 하다. 그런데 킴의 주변 남자들은 더하다. 킴의 아빠 빌(알란 아킨 분)은 에드워드에게 술을 먹여 기절시키질 않나, 남동생 케빈은 가위밖에 못 내는 에드워드에게 가위바위보를 하며 놀자고 제안한다. 남자친구 짐은 에드워드를 어떻게든 이용해먹으려고 한다. 어딘가 이상하고 어리숙한 에드워드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던 차에, 에드워드는 킴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 환상의 콤비, 팀 버튼 X 조니 뎁의 강렬한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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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위손’은 이제 세계적인 연기파 배우로 활동하는 조니 뎁의 존재를 알린 첫 작품이다. 만약 완벽한 분장연기를 선보인 배우에게 상을 주는 시상식이 있다면 여러 차례 대상을 차지했을 것 같은 그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잭 스패로우 선장,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공장장 윌리 웡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리즈의 모자장수 등 독특한 분장으로 탄생한 개성만점 배역을 소화해내며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런 의미에서 창백하고 상처 가득한 얼굴, 형용할 수 없는 헤어스타일 등 외로운 아웃사이더의 모습 그 자체인 에드워드를 연기했던 ‘가위손’은 조니 뎁의 연기 인생에서 진정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통해 배우 조니 뎁의 잠재력을 발견한 사람은 바로 팀 버튼 감독. 평범함을 거부하고 언제나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의 개성과 완성도를 보증하는 팀 버튼 감독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3부작이 등장하기 전, 그는 음울한 분위기의 ‘배트맨’(1989)을 만들었던 인물로, 세간의 우려를 걷어내고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전 세계 4억 달러 흥행을 이끌어내며 할리우드에서 가장 확고한 스타일을 지닌 흥행 감독 자리에 올랐다. 이후 바로 이 영화, ‘가위손’을 비롯해 ‘화성침공’, ‘혹성탈출’, ‘찰리와 초콜릿 공장’, 최근 흥행한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 이르기까지 그의 색깔이 듬뿍 담긴 영화들을 흥행시키며, 이른바 ‘팀 버튼 월드’를 구축해냈다.

팀 버튼과 조니 뎁, 두 사람은 ‘가위손’을 시작으로 무려 8개의 작품(‘에드우드’, ‘슬리피 할로우’,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 신부’, ‘스위니 토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크 섀도우’)을 함께 만들었고,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페르소나로 불린다. 그만큼 ‘가위손’은 두 사람에게 뜻깊은 영화이고, 실제로 팀 버튼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웰컴 투 팀 버튼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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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이 없는 ‘가위손’은 상상조차 불가능하겠지만, 어쨌거나 이 영화는 무엇보다 팀 버튼에 의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터로 활동하던 시절 만든 단편 ‘프랑켄위니’(이후 본인 스스로 장편으로 리메이크)에서 이미 한 차례 ‘프랑켄슈타인’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었던 팀 버튼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위손’에서도 프랑켄슈타인을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와 이미지를 차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배합한다.

인간도, 기계도 아닌 미완의 존재(‘프랑켄슈타인’)인 에드워드는 외딴 성에 숨어 살던 중(‘드라큐라’) 마을로 내려온다.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하고, 누군가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다. 액자식 구조를 가진 영화 속에서 바깥 이야기는 할머니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라는 점에서 구전문학의 형식을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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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화 속에 표현된 마을의 집들은 알록달록 형형색색이지만 알고 보면 모두 같은 구조다. 한 집도 빠지지 않고 칼퇴근하는 남편과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아내가 있고, 똑같이 정원을 가꾸고 강아지를 키운다. 동화 같은 색감과 판타지 장르의 설정을 동시에 갖고 있고, 게다가 어렸을 적부터 공포영화 마니아였던 팀 버튼답게 에드워드가 등장하는 여러 장면은 물론, 그가 마을 사람들의 머리나 강아지의 털을 깎아주는 장면에서조차 공포영화의 느낌을 담았다. 피 한 방울 튀지 않지만 거의 슬래셔 무비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동화적이면서도 때론 기괴한 느낌이 드는 게 팀 버튼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심지어 킴의 아빠 빌이 에드워드에게 레모네이드라며 건네주는 술병에서도 팀 버튼 감독의 독특한 취향이 드러난다.

#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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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팀 버튼의 인장이 무엇보다 깊게 새겨진 건 에드워드라는 캐릭터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제목 그 자체인 가위손, 에드워드는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의미로 이야기하는 소수자다. 남들과는 달라 ‘정상’이라는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존재. 그리고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놀림과 차별을 받는 존재. 팀 버튼 감독은 그가 창조해낸 많은 영화에서 에드워드처럼 독특하고 남다른 캐릭터에 대해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최근작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을 보면 그야말로 이상한 아이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것처럼.

어쨌든 ‘가위손’에서 에드워드는 처음 마을로 내려왔을 때부터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그가 정원을 가꾸고, 사람들과 강아지의 미용을 담당하면서 타고난 예술적 기질을 발휘하는 동안에는 잠시 사랑을 받는 것 같다가도, 절도 누명을 쓰자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쫓겨나듯 도망친다. 그를 끝까지 지키는 건 그가 사랑하는 킴이다. 영화 말미, 킴이 에드워드를 껴안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비극적인 로맨스의 느낌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에드워드를 있는 그대로 한 사람의 존재로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킴의 엄마 펙 역시 에드워드에겐 고마운 사람이다. 그를 처음 마을로 데려오고, 마을의 구성원으로 적응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녀의 품 안에서 에드워드는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확장한다. 성에서 펙의 집으로, 집에서 바깥 마을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삶을 꿈꾼다. 마을 사람 모두가 에드워드를 외면해도 그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놓지 않는 건 펙과 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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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야기하며 에드워드에게 수술을 권유한다. 여기에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리와 같아져야 한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마을 사람 모두가 같은 집, 같은 방식으로 살고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면 더욱 그렇다. 때문에 영화 속 마을에서 에드워드처럼 보통 사람들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국 외딴 성에 스스로를 가두는 에드워드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현실을 은유적으로 비추며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영화가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중 가장 흥행한 작품은 아니지만, 그의 스타일이 묻어나면서도 가장 친근하게 다가오는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에드워드가 얼음조각을 깎는 동안 킴이 춤을 추며 ‘Ice Dance’가 흘러나오는 장면은 그의 작품을 통틀어 최고의 장면으로 꼽히기도 한다. 당대의 청춘 스타인 조니 뎁과 위노나 라이더의 풋풋한 모습과, 아카데미 수상자인 다이앤 위스트, 알란 아킨 등 조연들의 호연도 좋다. 영화음악의 거장이자 팀 버튼 감독의 거의 모든 영화에 참여한 대니 앨프만의 아름다운 음악 역시 놓치면 안될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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