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디자인 혁신'은 언제, 어디에서 이뤄졌을까. 많은 답이 있겠지만, 최근 고고학자가 내놓은 답은 20만 년 전 이탈리아다. 이때 유럽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은 처음으로 자연에 없던 가공 재료인 탄소 고분자 물질 '타르'를 만들고, 이걸 접착제 삼아 석기에 손잡이를 붙이면서 디자인을 혁신했다.
구석기시대 제조법으로 만든 타르를 석기에 묻혀봤다. - Paul Kozowyk 제공
게스케 랑헤얀스 네덜란드 라이덴대 고고학과 교수팀은 네안데르탈인의 제작 공정을 밝혀내기 위해 고고학자들이 주장해온 세 가지 방법을 직접 실험을 통해 검증해보고 그 결과를 '사이언티픽 리포트' 8월 3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만 자작나무 껍질과 뜨거운 재, 그리고 숯을 준비했다.
그 뒤 나무 껍질 위에 뜨거운 재와 숯을 덮어 가열한 경우와, 주먹 만한 크기의 구덩이를 파서 재와 껍질을 함께 묻은 경우, 그리고 구덩이에 파묻은 뒤 추가로 진흙으로 덮어 모닥불로 굽기까지 한 세 가지 경우에 각각 만들어지는 타르의 양과 특성을 비교했다. 이 때 실험마다 가열 시간과 재료의 무게, 자작나무 껍질의 양 등을 조금씩 바꿔 총 24가지 조건을 비교했다.
첫 번째 실험 과정. 자작나무 껍질을 동그랗게 말고, 뜨거운 재와 숯 사이에 묻어둔다. 이후 꺼내 껍질을 풀면 타르가 나온다. - Paul Kozowyk 제공
랑헤얀스 교수는 논문에서 “네안데르탈인은 새로운 재료의 끈적한 성질이나 물체에 잘 붙는 성질에 호기심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렇게 발견한 타르를 계속 개선하기 위해 오랫동안 복잡한 제작 과정을 잘 보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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