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디자인 혁신가는? '네안데르탈인'

인류 최초의 '디자인 혁신'은 언제, 어디에서 이뤄졌을까. 많은 답이 있겠지만, 최근 고고학자가 내놓은 답은 20만 년 전 이탈리아다. 이때 유럽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은 처음으로 자연에 없던 가공 재료인 탄소 고분자 물질 '타르'를 만들고, 이걸 접착제 삼아 석기에 손잡이를 붙이면서 디자인을 혁신했다.

구석기시대 제조법으로 만든 타르를 석기에 묻혀봤다. - Paul Kozowyk 제공

네안데르탈인의 타르는 구석기시대의 유행을 선도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었다. 유행은 대륙의 경계를 넘었다. 12만 년 전에는 멀리 북쪽 독일까지 퍼졌고, 약 7만 년 전에는 남쪽 아프리카까지 전파됐다. 이렇게 널리 쓰였지만, 최근까지도 네안데르탈인이 어떻게 처음 타르를 만들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오직 자작나무 껍질을 써서 만들었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구체적인 제작 기법이 밝혀졌다.

게스케 랑헤얀스 네덜란드 라이덴대 고고학과 교수팀은 네안데르탈인의 제작 공정을 밝혀내기 위해 고고학자들이 주장해온 세 가지 방법을 직접 실험을 통해 검증해보고 그 결과를 '사이언티픽 리포트' 8월 3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만 자작나무 껍질과 뜨거운 재, 그리고 숯을 준비했다.

그 뒤 나무 껍질 위에 뜨거운 재와 숯을 덮어 가열한 경우와, 주먹 만한 크기의 구덩이를 파서 재와 껍질을 함께 묻은 경우, 그리고 구덩이에 파묻은 뒤 추가로 진흙으로 덮어 모닥불로 굽기까지 한 세 가지 경우에 각각 만들어지는 타르의 양과 특성을 비교했다. 이 때 실험마다 가열 시간과 재료의 무게, 자작나무 껍질의 양 등을 조금씩 바꿔 총 24가지 조건을 비교했다.

첫 번째 실험 과정. 자작나무 껍질을 동그랗게 말고, 뜨거운 재와 숯 사이에 묻어둔다. 이후 꺼내 껍질을 풀면 타르가 나온다. - Paul Kozowyk 제공

실험 결과 세 방식 모두에서 고고학에서 발견한 양 이상의 타르를 얻을 수 있었다. 연구팀은 특히 아주 단순한 첫 번째 실험(뜨거운 재로 덮은 것)에서도 충분한 타르가 나온 점에 주목했다. 불과 나무 껍질만 있으면 우연히 타르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은 불을 써서 조리를 했고, 당시 유럽은 자작나무가 흔했다. 특히 자작나무 껍질은 불에 잘 타 불쏘시개로 늘 가까이에 두던 재료였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이 불 꺼진 재 속에서 우연히 자작나무 껍질이 가열돼 변형된 것을 발견하고 타르를 분리해 냈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랑헤얀스 교수는 논문에서  “네안데르탈인은 새로운 재료의 끈적한 성질이나 물체에 잘 붙는 성질에 호기심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렇게 발견한 타르를 계속 개선하기 위해 오랫동안 복잡한 제작 과정을 잘 보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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