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내여행]제주 서부의 마을로 떠나다2 - 서귀포시 대정읍

덕구상회

제주 남서쪽 끝단, 모슬포 윗동네인 상모리. 커리 전문 식당 겸 잡화 상점인 덕구상회는 마을 외곽의 옛 타이어 창고에 터를 잡았다. 노랗게 칠한 컨테이너 건물, 붓으로 직접 써 넣은 간판을 보는 순간 이곳의 심상치 않은 개성이 짐작될 것이다. 울타리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비넥타이를 맨 래브라도 리트리버종 덕구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덕구상회의 마스코트답게 카메라를 들면 가만히 앉아 포즈를 취해주곤 한다. 덕구와 함께 가게로 들어가자 맨 먼저 인도에 온 듯 향이 물씬 풍겨온다. 목조 서랍장처럼 생긴 빈티지 LP 플레이어, 한약방에서 쓸 법한 서랍장, 국적 불명의 인형, 비틀스의 LP 앨범 등 실내를 장식한 소품도 범상치 않다.


안쪽 문에 늘어뜨린 자개 발을 걷어 올리면 잡화 상점이 나온다. “이곳의 모든 제품은 제가 직접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구매해 와요. 대부분 제 개인적 취향이 반영돼 있죠.” 이미화 대표가 설명한다. 옷걸이에 알록달록한 히피풍 의상이 빽빽하게 걸려 있고, 선반마다 화려한 장신구와 파우치, 목각 인형 같은 소품이 다소 무질서하게 널려 있어 다 구경하려면 한참 걸린다.

난을 곁들여 내는 돈오름 커리와 덕구 커리는 덕구상회의 인기 메뉴다.

쇼핑 후에는 덕구상회의 명물인 커리를 맛보자. “제가 손이 커서 어떤 메뉴든지 절대 부족하지 않도록 넉넉히 준비해요.” 이미화 대표의 말대로 커리가 큼직한 그릇에 가득 담겨 나온다. 


덕구상회의 모든 커리에는 여덟 가지 이상의 향신료와 제주산 채소가 들어간다고. 돈오름 커리는 돼지고기 커리 위에 크림 커리와 깻잎, 마늘 플레이크를 얹고 난을 곁들인 것. 닭고기가 든 덕구 커리는 그라탱처럼 치즈를 듬뿍 얹고 오븐에 구워서 낸다. 이국적 향미가 풍부하면서도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게 이곳 커리의 특징. 살짝 매울 수 있으니 담백한 아보카도 셰이크를 곁들여도 좋겠다. 이미화 대표가 말한다.


“엄마와 딸처럼 가족 여행객도 많이 찾아요. 커리 향이 이국적인 듯하지만 의외로 어르신도 맛있게 드시죠.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가 즐겨 찾는 가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커리 1만1,000원부터, 음료 2,000원부터, 11:30am~11pm, 월 · 화요일 휴무, 010 6333 2275,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대서로66번길 9.


카페가 된 동네 이발소

앙카페

모슬포 시내 초입의 이발소를 개조한 앙카페.

자몽 에이드를 제조하고 있는 김광준 대표.

모슬포항 앞 하모항구로는 하모리의 메인 스트리트 같은 곳이다. 이 거리에 위치한 앙카페는 ‘커피 1잔’을 뜻하는 프랑스어 이름보다 ‘해성 이용원’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통한다. 바로 카페 운영자인 김광준 씨의 아버지가 30여 년간 운영하던 이발소 이름 말이다. 10여 년간의 해외 생활을 접고 고향 모슬포로 돌아온 김광준 대표는 오래된 이발소를 개조하며 간판을 비롯한 건물 안팎을 상당 부분 그대로 남겼다.


카페 바닥과 카운터를 뒤덮은 푸르고 흰 타일에는 세월의 때가 잔뜩 껴 있다. 동네 사랑방이던 해성 이용원의 추억은 마을에서 여전히 유효한 듯하다. 이따금 동네 어르신이 들러 머리 안 자르냐고 묻고 가곤 한다고. “여기가 머리 감겨주던 곳이에요.” 김광준 대표가 오픈 키친 한쪽의 싱크대를 가리키며 말한다. 천장 아래쪽에는 건물을 1968년에 지었다고 새겨놓은 목조 현판이 걸려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앙카페는 파리 뒷골목에서 마주칠 법한 비스트로를 닮았다. 좁지만 아늑한 실내, 오픈 키친과 바, 와인 병을 늘어놓은 목조 선반 등. 김광준 대표가 고개를 끄덕이며 벽에 걸린 필름 사진을 가리킨다. 상앗빛 외관의 카페 앞에 자전거를 세워놓은 사진이다. 문 밖에서 본 것과 같은 풍경. “파리에서 즐겨 찾던 노트르담 성당 근처의 카페예요. 너무 좋아하던 그곳과 똑같은 카페를 만들고 싶었죠.” 카페 안에는 김광준 대표의 젊은 시절 방랑의 흔적이 널려 있다.


직접 찍은 에펠탑과 운하 사진, 세계 각국의 엽서가 꽂힌 엽서함, 이집트 지도가 그려진 파피루스, 테이블 유리 아래에 깔아놓은 세계 여러 나라의 지폐와 동전. 책꽂이에는 론리플래닛 가이드북과 매거진이 쌓여 있다. 앙카페는 커피부터 맥주, 와인까지 내는데 그중 천혜향 빙수를 꼭 맛보자. 얼린 천혜향을 곱게 간 뒤, 집에서 직접 담근 한라봉 청을 얹어서 낸다. 어릴 적 맛본 듯 정겹고 상큼 달콤한 맛이자 제주다운 맛이다.


커피 3,000원부터, 천혜향 빙수 9,000원, 10am~10pm, 064 794 5871,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항구로 75-1.


오리지널 모슬포 바다의 맛

항구식당

갈칫국은 제주 가정집에서 흔히 먹는 음식이다.

예부터 모슬포는 제주에서도 척박한 지방이라 하여 ‘못살포’라 불렸다. 다른 지역보다 바람이 거칠고, 방언 또한 짧고 투박하기로 유명하다. 요새는 모슬포항에서 매년 가을 최남단방어축제가 열리고 외지인의 발길도 늘고 있는 중이다. 제주올레 11코스 또한 이곳에서 시작한다. 항구를 따라 즐비한 노포는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에게 인기 있다.

5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모슬포 항구식당의 명물은 갈칫국. 해가 지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는 시간에도, 아담한 실내는 이른 저녁 식사를 해결하려는 현지인으로 붐빈다. 그날그날 앞바다에서 잡은 생선만 사용하며 간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종업원이 자랑스럽게 말한다. 


식사 전에 부추를 갈아 부쳤다는 얇은 전을 내주는데, 다소 심심하고 담백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주방에서 생선 굽는 냄새가 솔솔 풍기더니, 이내 종업원이 갈칫국과 자리돔구이를 내온다. 제주에서는 집집마다 무시로 생선으로 국을 끓여 먹는데 갈치, 각재기(전갱이), 멜(멸치)이 주재료라고. 


갈치 토막이 서너 개 떠 있는 갈칫국은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고, 늙은호박이나 단호박, 배추, 채 썬 고추로 얼큰하고 시원한 맛을 냈다. 그 옆의 접시에는 알이 통통하게 밴 자리돔 8마리가 나란히 누워 있다. 제주 명물인 자리돔은 잔가시가 많아 젓가락질하기 까다로운 편이지만, 담백하고 부드러운 살은 충분한 보상을 준다.


갈칫국 1만 원, 자리돔구이 2만 원, 8:30am~9:30pm, 064 794 2254,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항구로 64.


제주에 착륙한 여행자를 위한 서점

인공위성 제주

화이트 톤과 원목, 식물이 어우러진 독립 서점 인공위성 제주의 내부.

올봄, 곶자왈 인근의 안덕면 중산간 마을에 독립 서점 겸 카페 인공위성 제주가 오픈했다. ‘질문 서점’ 콘셉트의 인공위성에서 낸 두 번째 지점으로, 공식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렇게 소개한다. “질문을 찾아 떠난 인공위성의 제주 여행. 여행 기간 2017.4.28~2018.9.30”.

마치 장기 팝업 스토어 같은 이 독특한 서점은 한적한 2차선 도로변, 울창한 정원이 딸린 병아릿빛 양옥집과 감귤 창고에 자리한다. 높은 층고를 십분 살려 디자인했는데, 천장까지 통유리로 마감한 중정과 목조 마루 등 구석구석 이룩의 감각적 손길이 묻어 있다. “어느 손님이든 어김없이 이 마루에 한 번쯤 누워보곤 해요. 지난번에는 이곳을 찾은 꼬맹이들이 쪼르르 누워 있는데 참 귀여웠어요.” 정은화 대표가 말한다.

‘세상에 질문을 쏘아 올린다’는 인공위성의 철학은 블라인드 북 코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손님이 질문을 적은 쪽지와 함께 기증한 책 중에서 이달의 블라인드 북을 선정하며, 소설부터 에세이까지 모든 장르를 아우른다. 책을 감싼 흰 커버에는 오직 각각의 책에 해당하는 질문만 적혀 있다. ‘당신은 지금 어느 계절에 살고 있나요?’는 6월의 질문. 인공위성 본점과 달리 제주점은 여행 서적과 매거진도 선보인다.

“일단 집 계약 기간이 끝나는 내후년까지 운영할 예정이에요. 설령 이곳을 떠나게 되더라도 제주의 또 다른 장소에서 인공위성 제주를 이어갈 거예요.”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매주 열리는 질문 모임에 참가해보자. ‘계절의 시작, 여행의 시작’ ‘당신 옆에 있는 사람’ 등 매번 다른 주제로 자유롭게 진행한다.

커피 5,000원부터, 11am~7pm, 월요일 휴무, 질문 모임 일정은 매달 인스타그램에 공지하며 인스타그램과 전화로 신청 가능, 070 4147 0255,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남로 123, Instagram @2lookbookjeju


이토록 제주다운 피시 앤드 칩스

글라글라 하와이

글라글라 하와이에서는 가급적 대정읍에서 난 신선한 식자재를 사용한다. 시그너처 메뉴인 광어 앤드 칩스와 하와이안 갈릭 슈림프 볶음밥, 해물찜.


글라글라 하와이를 운영하는 조성남 · 이예림 부부.

짭짤한 바람이 부는 모슬포항에 즐비한 노포 틈새에 피시 앤드 칩스 전문점 글라글라 하와이가 자리한다. ‘글라’는 제주 방언으로 ‘가자’라는 뜻. 아담한 단층 건물을 가게로 개조했는데, 지붕 윗부분을 눈에 띄는 핫핑크색으로 칠해 간판을 대신했다. 

흐린 날에도 가게 앞 형광색 의자에는 가벼운 옷차림의 외국인 커플이 일광욕하듯 늘어져 맥주를 마시고 있다. 실내로 들어서자 열대풍 음악이 흐르고 하와이 전통 목각 인형과 훌라 춤을 추는 인형, 야자수 잎 장식, 열대풍 패턴의 식탁보 등 밝고 따뜻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바닷가에 펍을 차리는 게 오랜 꿈이었어요.” 조성남 대표가 말한다.

 “피시 앤드 칩스는 호주와 영국에서 지낼 때 즐겨 먹었지요. 그래서인지 저희 손님의 절반이 외국인이에요.”


가게 창가를 장식한 하와이안풍 소품.

글라글라 하와이의 간판 메뉴인 피시 앤드 칩스는 제주산 광어와 달고기, 한치로 선보인다. “처음에 광어로 피시 앤드 칩스를 내겠다고 하자 다들 뜯어말렸어요. 값이 워낙 비싸니까요. 하지만 매일같이 찾아오는 아일랜드인 손님은 고향에서 먹은 것보다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죠.” 담백한 광어 튀김에 어울릴 제주산 맥파이 수제 생맥주를 탭에서 따르며 조성남 대표가 말한다. 


옆 테이블의 가족은 오붓하게 하와이안 해물찜을 나눠 먹고 있다. 제주산 홍합, 딱새우, 부채새우, 소시지, 옥수수, 감자를 삶아 그릇에 넘치도록 담아내는 메뉴인데, 간이 세지 않아 해산물의 신선한 풍미가 그대로 살아 있다.


맥주 4,000원부터, 피시 앤드 칩스 1만3,000원부터, 11am~10pm, 화요일 휴무, 064 792 2737,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항구로 70, Instagram @glaglahawaii


Tip

제주 서부 자동차 여행 계획하기

추천 드라이빙 루트
판포포구에서 모슬포항까지.

총 거리
약 30킬로미터.

구간 소개
제주 서북단의 한경면 판포포구에서 출발해 저지리 문화예술인마을을 경유한 뒤, 서부 해안을 따라 노을해안로를 타고 모슬포항까지 달려보자. 판포포구에서 저지리까지 판포4길과 용금로를 따라 7킬로미터 정도 달리면 저지리가 나온다. 여기서 중산간서로로 내려가다 서쪽으로 고락로, 칠전로를 차례로 따라가면 수월봉이 보인다. 수월봉 인근에서 시작하는 노을해안로를 타고 모슬포항까지 달릴 수 있다. 모슬포항에서 제주시로 돌아갈 때는 내륙을 가로지르는 평화로를 이용하자.

드라이빙 포인트

고락로
한경면 고산리의 탁 트인 들판을 가로지르는 약 5킬로미터의 길이다. 저지리 문화예술인마을에서 편집매장 프란츠스토어와 북 갤러리 파파사이트를 둘러본 다음 해안으로 향할 때 고락로를 루트에 넣자. 도중에 저지리 인근의 뉴욕할망에서 샐러드 비빔밥을 테이크아웃해 가는 것을 잊지 말 것. 도로 양쪽으로 펼쳐지는 드넓은 들판이 여행에 환상적이고도 묘한 정취를 더한다. 총 25분 정도 걸린다.

노을해안로
수월봉 남단에서 남서부 해안을 따라 뻗은 노을해안로는 제주에서 손꼽히는 바닷가 드라이브 코스다. 이 길은 이름대로 빼어난 낙조로 유명하니 가능하다면 늦은 오후에 드라이브 일정을 잡을 것. 신도1리 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모슬포 인근 대정서초등학교까지 약 10킬로미터 이어지며, 날씨가 좋으면 가파도는 물론 마라도까지 보인다. 해안 드라이브를 이어가려면 모슬포항에서 최남단해안로를 따라 달리자. 5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드라마 <올인>을 촬영한 송악산 공원이 나온다. 여기서 사계남로를 따라 산방산까지 갈 수도 있다.

일주서로
수월봉에서 모슬포항까지 일주서로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총 15킬로미터로 30분 정도 걸린다. 모슬포항 인근 상모2교차로에서 송악산, 모슬포 방면으로 잠시 우회해 모슬봉에 올라봐도 좋다. 대정고등학교 인근에 주차한 뒤 제주올레 11코스의 일부인 모슬봉 둘레길을 따라 오르면 된다. 날씨가 좋으면 산방산, 한라산 등 탁 트인 경치를 볼 수 있다. 모슬포항 인근에는 항구식당 같은 노포는 물론이고 앙카페, 글라글라 하와이 등 카페와 레스토랑도 자리한다.

관련 키워드 : #국내여행,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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