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영화] ‘세 얼간이’ 알 이즈 웰!

# 영화 ‘세 얼간이(감독판)’

감독: 라즈쿠마르 히라니
출연: 아미르 칸, 마드하반, 셔먼 조쉬
장르: 코미디, 드라마
상영시간: 2시간 51분
개봉: 2011년 8월 18일 / 재개봉: 2016년 11월 9일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사 화수분 제공

# 인생은 레이스다?


영화사 화수분 제공

독단적인 아버지의 ‘명령’으로 팔자에도 없는 공학자의 길을 걷게 된 파르한(마드하반 분)은 명문대 ICE(Imperial College of Engineering)에 입학한다. 전국의 엘리트가 모두 모인 그곳에서 32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총장 비루 사하스트라부테(a.k.a. 바이러스(Virus))는 신입생들에게 “인생은 레이스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짓밟힐 거다”라면서 으름장을 놓는다. 그의 말처럼 ICE에서는 1등부터 꼴등까지 철저하게 나누고 성적에 따라 모든 것을 차별 대우하는데, 마치 인도의 계급제인 카스트 제도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바이러스 총장의 교육철학에 반기를 드는 인물이 있었으니. 입학하자마자 교수들과 선배들에게 ‘돌+아이(idiot)’로 낙인 찍힌 란초(아미르 칸 분)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팬티만 입혀놓고 선배들에게 인사시키는 신입생 신고식에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선배를 골탕먹이는 건 물론, 자신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바이러스 총장 앞에서도 서슴없이 반론을 펼친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이 ‘YES’라고 대답할 때 혼자서 ‘NO’라고 말하는 단호박 같은 인물이다. 교수들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지만 시험을 보면 언제나 1등이고 금수저 집안에서 자라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학생이다.

란초와 친구가 된 파르한과 그의 룸메이트 라주(셔먼 조쉬)는 서로 똘똘 뭉쳐다니면서 질풍노도의 대학 시절을 보낸다. 하지만 란초는 졸업식 날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리고, 몇 년이나 연락이 되질 않는다. 파르한과 라주는 란초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 인도에서 건너온 유쾌, 상쾌, 통쾌한 영화


영화사 화수분 제공

별다른 부연설명이 없어도 많은 분들이 들어봤을 영화 ‘세 얼간이’는 인도에서 만든 영화다. 영화에 대한 열정만큼은 할리우드 뺨치는 인도에서는 1년에도 수백 편이 넘는 영화가 만들어지고, 우리나라처럼 자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은 곳이다. 미국 LA의 할리우드처럼 인도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봄베이’(현 뭄바이)와 ‘할리우드’를 합쳐 흔히 ‘발리우드(Bollywood)’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도 ‘세 얼간이’를 비롯해 ‘블랙’, ‘내 이름은 칸’ 등 여러 영화가 소개돼 흥행까지 이어진 바 있다.

인도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세 얼간이’처럼 뮤지컬, 코미디, 드라마, 로맨스,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해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특히 ‘세 얼간이’에도 신명나는 뮤지컬 시퀀스들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물론 그 모습이 ‘라라랜드’처럼 세련되진 않지만, 유치해 보이면서도 현란한 장면 구성과 신나는 음악으로 관객들을 흥겹게 하는 데에는 충분하다. 뮤지컬 시퀀스가 아니더라도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음악은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해낸다.

국내 불법 다운로드 시장에서 먼저 입소문을 타 정식 개봉까지 이어진 ‘세 얼간이’는 그만큼 보편적이고 통쾌한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어필한다. 영화 속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등장하는 란초는 끊임없이 ‘맞는말 대잔치’를 벌이고, 가까운 친구들부터 경쟁 교육 외길 인생을 걸어온 고집불통 바이러스 총장의 생각까지도 끝내 변화시킨다. 란초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실천력과 기지로 갖가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사랑까지도 쟁취하는 모습은 비현실적일지 몰라도 관객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 ‘바이러스 교수님, 공부가 하고 싶어요’


영화사 화수분 제공

‘세 얼간이’ 감독판의 러닝타임은 무려 171분. 란초, 파르한, 라주를 비롯해 ‘소음기’라 불리는 왕재수 캐릭터 차투르, 란초와 사랑에 빠지는 총장의 딸 피아, 피아의 약혼남 수하스(a.k.a. 가격표) 등 영화에는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끌벅적하고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다이나믹한 학창시절을 보내는 그들의 이야기를 이 지면에 일일이 나열하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으니 안 보신 분들은 직접 보시는 걸 추천한다. 누가 보더라도 재밌는 영화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명작 만화 ‘슬램덩크’에서 정대만은 말했다. “안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세 얼간이’의 캐릭터들도 저마다 다른 꿈을 꾼다. 기계와 사랑에 빠진 란초는 공부하는 게 사는 낙이다. 동물과 사진을 좋아하는 파르한은 사진 작가가 되고 싶은 열망을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감추고 산다. 피아는 형식적인 결혼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을 꿈꾼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이루고 싶다는 꿈은 인간 본성에 가까운 일이니까.

하지만 갖가지 장애물이 그들과 그들의 꿈을 막아선다. 순수한 호기심과 공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란초에게 바이러스 총장으로 대변되는 무한경쟁과 주입식 교육시스템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쉽게 풀어 말하는 것은 정의(definition)가 되지 못하고, 교과서에 쓰인 정의만이 진정한 정의라고 인정 받는 세상에서, 란초가 자신의 꿈을 지속하기 위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은 권위에 대한 끝없는 도전과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自己愛)이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알 이즈 웰(All is well)”을 외치면서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을 수 밖에.

파르한과 라주에게는 아버지, 혹은 가난의 무게가 장애물이고, 피아에게는 강압적인 아버지와 인도의 사회⋅문화가 곧 장애물이다. 이들은 ‘행복 전도사’ 란초의 말에 따라 장애물을 뛰어넘기 위해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긴다.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강압, 권위, 전통이라는 이름의 억압, 가난 등 모두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 인생은 레이스가 아니다!


영화사 화수분 제공

자살률 부동의 1위,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시스템, 주입식 교육과 단순암기 위주의 교육, 공고한 학벌 체계, 강압적인 가부장제까지. 영화를 보다 보면 이게 인도의 이야기인지, 우리나라 이야기인지 분간이 안 될 만큼 상황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영화의 질문에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진정한 사랑을 설파하는 란초에게 피아는 “영화 속 얘기죠. 현실은 안 그래요”라고 시니컬하게 답한다. 이에 란초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현실에서도 일어난다”고 말한다. 인도가 다신교 사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천재적이면서도 감수성이 뛰어나고 모든 면에서 완벽한 란초는 거의 신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바꿔 말하면 친구들을 이끌고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선각자 같은 존재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현실에서 그런 선각자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 선작자는 5월 9일 나타날 예비 대통령일까? 그(녀)가 아니라면 독실한 성직자가 선각자일까? 영화를 보고 난 필자는 둘 다 아닐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라도 우리의 삶을 바꿔주진 못한다. 세상과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건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바로 우리 스스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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