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영화] ‘헬프’ 2017 아카데미 수상 여배우 특집

영화 ‘헬프’

감독: 테이트 테일러
출연: 엠마 스톤, 비올라 데이비스, 옥타비아 스펜서, 제시카 차스테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2시간 26분
개봉: 2011년 11월 03일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작품상 번복 해프닝으로 회자되었던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건 ‘문라이트’였지만, 진정한 승자는 6관왕을 기록한 ‘라라랜드’였다. 그 중에서도 빛난 건 미국,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 글로브는 물론,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엠마 스톤이었다. 

한편, 올해 여우조연상 수상자는 덴젤 워싱턴의 세 번째 연출작 ‘펜스’에 출연한 배우 비올라 데이비스였는데, 이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영화가 있다. (여기에 올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옥타비아 스펜서도 출연한다!) 196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영화 ‘헬프’다. 오늘은 말도 많고 출연진도 많은 영화 ‘헬프’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1963년 미국 미시시피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1963년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 시.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비올라 데이비스 분)은 백인 가정에서 요리, 청소, 설거지, 다림질 등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고, 그들의 아이를 보살핀다. 오랜 시간 가정부 생활을 하며 17명의 백인 아이를 키워온 베테랑이지만 한 달 꼬박 일해서 들어오는 돈은 182달러 정도. 주인집 부인들의 사교 모임이 있을 때면 동료 가정부이자 절친인 미니(옥타비아 스펜서 분)를 만나 부엌에서 부인들의 뒷담화를 하는 게 고된 삶의 낙이다.

그런 에이블린도 견딜 수 없었던 건, 주인집 부인들의 인종차별적인 언행과 멸시를 참아내는 일이었다. 특히 사교모임을 이끌고 인종차별에 앞장서는 힐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분)는 “유색인은 이상한 병이 있다”는 근거 없는 얘기를 하며, 흑인과 백인은 화장실도 따로 써야 한다고 선동해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 태풍이 심하게 몰아치던 날, 힐리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미니는 바깥 화장실을 쓰라는 힐리의 말을 무시했다가 결국 해고당한다.

힐리의 사교모임에 참석한 스키터(엠마 스톤 분)는 멸시 당하는 에이블린과 다른 흑인 가정부들이 안쓰럽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따뜻하게 키워준 흑인 가정부 콘스탄틴의 모습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스키터는 콘스탄틴이 하루아침에 해고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엄마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그리고는 흑인 가정부의 삶에 관한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에이블린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여기에 미니와 다른 흑인 가정부들이 합류하면서 스키터의 책 출간 계획은 점차 수월해진다. 스키터와 흑인 가정부들이 함께 출간하는 책의 이름이 바로 ‘헬프’다.

#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이 보여주는 최고의 앙상블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헬프’는 2009년 출간된 캐서린 스토킷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실제로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 시에서 흑인 가정부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낸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담겨 있는 책으로, ‘헬프’를 영화화한 테이트 테일러 감독과 캐서린 스토킷 작가는 어렸을 적 동네 친구였다고 한다. 책을 출간하기 전 5년 동안 60번 넘게 거절을 당했지만 출간 뒤에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좋은 이야기는 사람들이 알아본다.

2011년 영화로 개봉해 미국에서만 1억 7000만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며 대박을 쳤다. 제작비는 약 2500만 달러. 국내에서는 아쉽게도 15만 명 정도의 관객이 보았는데, 아무래도 개봉 당시에는 배우들의 이름값이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 사이에서 영화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좋은 편이다. (네이버&다음 평점 약 9.3, 왓챠 평점 5점 만점에 4점)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에이블린, 스키터, 미니, 힐리 등 영화에 참여한 출연진들의 면면이 굉장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아만다 월러 국장으로 더 유명한 비올라 데이비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라라랜드’로 세계를 휘어 잡은 엠마 스톤, ‘설국열차’에서 아들을 뺴앗긴 엄마로 등장한 옥타비아 스펜서, ‘쥬라기 월드’의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그리고 줄거리에 소개하진 않았지만 순진무구한 백인 여성 셀리아 푸트 역을 맡은 ‘인터스텔라’의 머피, 제시카 차스테인까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의 출연진 중 엠마 스톤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비올라 데이비스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옥타비아 스펜서도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영화 ‘헬프’로 3명의 배우(비올라 데이비스, 옥타비아 스펜서, 제시카 차스테인)가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기상 후보로 올랐고 그 중 옥타비아 스펜서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에 대해 “옥타비아 스펜서의 이름을 외우게 됐다”고 평을 남기기도 했다. 여기에 조연으로 출연한 중견 배우 3명(메리 스틴버겐, 씨씨 스페이식, 시실리 타이슨)도 아카데미 수상자 혹은 후보 출신이라는 사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영화 속에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사람들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이 영화는 출연하는 배우도 많지만 무엇보다 할 말이 무척 많은 영화다. 2시간 2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각 캐릭터들의 사연이 등장하고, 대사가 쏟아진다. 중산층 백인 부인들은 사회일, 가사일 대신 사교모임에 주력하고, 집안일과 육아는 흑인 가정부에게 맡긴다. 그럼에도 뿌리깊은 차별을 참고 살아야 하는 흑인 가정부들은 이래저래 할 말이 많다. 게다가 사회 전반에서 흑백분리 정책은 물론, 인종차별로 악명 높은 KKK단(쿠클럭스클랜, Ku Klux Klan)에 의한 흑인 테러까지 공공연히 발생해 공포와 불안은 그들의 일상으로 깊이 들어와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선언에 서명한 것이 1863년이었던가. 영화 속 배경은 노예해방선언 이후로 100년이 지난 것으로 표현되지만 흑인들의 삶은 여전히 고난의 연속이다. “할머니는 노예였고, 엄마는 하녀“였다는 에이블린의 직업은 가정부. 에이블린이 미시시피 최고의 요리사로 손꼽는 미니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미니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힐리의 어머니와 힐리뿐이다. 또한, 스키터를 애지중지 키운 콘스탄틴은 29년 동안 일했던 스키터의 집에서, 백인 손님들에게 무례했다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해고당한다.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흑인 가정부의 손에 자라 흑인과 대화를 하고 어울리는 데에 거부감이 없는 스키터는 모두가 외면하는 바로 이 문제에 주목한다. 아무도 그들에 대해 얘기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얘기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 작가의 꿈을 키우던 스키터는 함께 교류하고 살아가는 흑인과 백인이 화장실도 같이 쓰지 못하는 현실의 아이러니를 드러내기 위해, 작가로서 흑인 가정부들의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후폭풍이 두려워 숨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스키터에게 자신의 이야기와 비극적인 삶에 대해 털어놓는다. 필자의 긴 부연설명은 지루할지 모르나, 영화는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얼마 전까지 흑인 대통령이 집권하던 나라가 미국이었고, (최소한) 흑인에 관한 인종차별 문제는 당시(1963년)에 비하면 지금은 당연히 법적으로, 형식적으로는 많이 나아졌다고들 한다. 허나 필자가 위 글에서 줄줄이 읊은 아카데미 시상식조차 매년 ‘화이트 오스카(White Oscar, 주요 수상자 대부분이 백인 위주인 아카데미 시상식)’라는 비아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듯, 인종 간의 직업, 소득, 주거환경 등을 살펴보면 여전히 인종차별 문제는 상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근래 아카데미에서 주목 받은 ‘크래쉬’, ‘노예 12년’, 재작년에 개봉한 ‘셀마’, 그리고 곧 개봉을 앞둔 ‘히든 피겨스’까지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는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인종 간 평등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모두가 함께 사는 방법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헬프’는 흑인 인종차별에 관한 문제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달리, 미혼이었던 스키터는 엄마에게 “더 늙으면 애 못 낳아, 제발 데이트 좀 해”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고, 가정부 일을 하다가 해고당한 미니는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한다. 힐리, 엘리자베스 등 스키터의 백인 친구들도 직업을 구하는 대신, 남편을 믿고 남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겉치장하기 바쁘다.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하는 게 이례적인 일이었던 시절, 여성에게는 외모를 예쁘게 꾸미고, 가사일과 출산에 매진하는 것이 마치 미덕처럼 장려되었다. 당시의 불평등은 인종 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별 간에도 해당되는 문제였다. 때문에 영화는 작가지망생 스키터의 성장 스토리를 통해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 나간다. 책 출간으로 꿈을 이루는 스키터(엠마 스톤은 여기서도!),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표출해 진정한 자유를 깨닫는 에이블린과 미니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좀 더 나은 삶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리는 인종과 성별에서 오는 차별의 문제를 뛰어넘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는 마치 모범답안처럼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헬프’는 필자가 글로 담지 못한 많은 매력이 있는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이야기가 주는 재미도 크고, 나름 로맨스도 있다. 물론, 캐릭터의 모습이나 권선징악의 구조 같은 요소들이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방식을 따른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영화적인 재미가 더 크다. 뒤숭숭한 시국이지만 주말 동안 좋은 영화 보면서 재미, 감동, 메시지 등 많은 것을 얻으셨으면 좋겠다.

덧. ‘헬프’를 연출한 감독은 금주 개봉한 ‘걸 온 더 트레인’으로 돌아왔고, 아카데미 특수에 힘입어 절찬 상영 중인 엠마 스톤의 ‘라라랜드’, 개봉을 앞둔 옥타비아 스펜서의 ‘히든 피겨스’, 제시카 차스테인의 ‘미스 슬로운’ 등 ‘헬프’의 주역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속속 개봉하고 있으니 영화 고를 때 참고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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