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제주 말고기 전문점 신라원'


말고기는 '보양식'으로 먹을 만한 별미 고기다. 제주 신라원의 말 사시미.

나는 ‘개 맛’을 안다. 고백컨대 개는 꽤 맛좋은 고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외가는 강원도 홍천 팔봉산 자락의 한갓진 부락인데, 여름철이면 연중행사로 개를 잡았다. 팔봉산을 감싸 흐르는 팔봉강변에 천막을 치고 40여 명의 대가족이 모여 와구와구 개를 먹었다. “어린 것이 개를 잘 먹네”라고 흐뭇해하는 어르신들의 칭찬에 으쓱해져 껍데기를 쪽쪽 빨아먹는 패기도 부렸다. 

개고기는 여전히 맛있다. 하지만 참는다. 사회적 동물인 나의 입맛이 사회화된 까닭이다. 개를 먹는다는 것은 더 이상 쿨한 행위가 아니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회식 자리에서 가끔 개고기 먹을 기회가 있었지만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죄의식을 동반한 기쁨)일 뿐이었다. 

'개 맛' 아는 내가 권하는 고기는…
중복 보양 음식 제격 말고기
말곰탕·말사시미도 부담없어

여름이 무르익고 복날이 되면 해묵은 개고기 논쟁이 되풀이된다. 전국에 있는 개농장은 3000여 곳, 한 해 식용으로 도살되는 개는 100만 마리로 추정된단다. 식용 개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에게까지 말은 않겠다. 하지만 먹으면서도 께름칙했던 사람은 설득하고 싶다. 우리 인생에서 개고기는 필요조건이 아니며 세상에는 개고기 말고도 맛있고 위생적인 고기가 많다는 점 말이다. 

여름 보양식으로 개고기의 대안이 되는 고기는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인 게 말고기다. 개고기 매니어가 한결 같이 주장하는 바는 '개고기가 지방질이 적어 보양식으로 으뜸'이라는 것인데, 단백질 비중으로 따지만 말고기만한 고기가 없다. 쇠고기는 지방률이 10%에 이르지만 말고기는 2%에 불과하다. 


제주 말고기 전문점 신라원.


제주 말고기 전문점 신라원.

말고기를 다루는 집은 제주에 몰려 있다. 전국 2만6000여 마리 말 중에 1만5000마리가 제주에 있어서다. 예부터 제주에 말고기를 즐기는 식문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주에서도 말은 다른 쓰임이 많아 잡아먹는 일이 드물었다. 1990년대 들어 말고기 전문점이 하나 둘 늘면서 말고기는 제주를 대표하는 별미가 됐다. 

현재 제주에 말고기를 다루는 음식점은 50여 군데다. 그중에서도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신라원(064-739-3395)은 1세대 말고기 전문점으로 꼽힌다. 20년의 내력을 갖춘 집으로 제주 흑돼지, 제주 갈치 등 여러 식재료를 다루지만 이집 손님의 40%는 말고기를 먹으러 방문한다. 말고기는 역하고 질길 것이라는 편견을 깡그리 없애줄 만한 식당이다.


힘줄을 제거한 말고기를 24시간 우려내 만든 말곰탕.

육회·구이 등 다양한 음식을 내는데 말고기 초짜라면 말곰탕(1만원)부터 맛보길 권한다. 말고기 초보도 부담 없이 먹을 만한 메뉴다. 신라원의 주방을 12년 간 책임져 온 문영애(70) 실장은 말곰탕 맛을 내는 비법으로 ‘고기 손질’을 꼽았다.

“말은 지방이 거의 없고 근육이 발달된 동물이잖아요. 고기에 힘줄을 남김없이 제거해야 말고기의 진한 맛이 우러나오고 씹는 맛도 좋습니다. ”

문 실장은 말고기 10㎏을 꼬박 한 시간에 걸쳐 손질한다. 근육막과 힘줄을 없앤 살코기를 24시간 푹 우려내 국물을 낸다. 말곰탕을 끓이는 날에는 부엌에서 쪽잠을 자면서 기름기를 일일이 걷어낸단다. 손이 너무 많이 가는 탓에 한달에 딱 한번만 말곰탕을 만든다. 완성된 말곰탕은 급속냉동 해뒀다가 주문할 때마다 다시 끓여 낸다. 이렇게 만든 말곰탕은 쇠고기 곰탕보다 색은 옅지만 진하고 담백한 맛을 품게 된다. 부드러운 고기를 건져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 훌훌 들이키면 올 여름 보양은 다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애주가라면 말곰탕을 해장 음식으로 삼아도 좋다. 애초 말곰탕은 식당 직원들끼리 회식 다음날 해장 삼아 말고기 육수를 나눠 먹었던 데 착안해 만들어졌다. 지금도 말곰탕 끓이는 날은 신라원의 회식 날이다.

말곰탕을 맛봤으면 말 사시미(2만5000원, 150g)도 도전할 만하다. 말 사시미는 신선한 말고기가 공급되지 않는 식당에서는 내놓을 수 없는 귀한 메뉴다. 말고기는 철분 함유량이 높아 고기가 쉽게 변색되기 때문이다. 신라원은 화·금요일에 30개월 미만의 어린 말 한 마리씩을 도축해 들여온다. 말을 도축한 날과 그 다음날 오후까지만 말 사시미를 ‘한정’ 판매한다. 쇠고기 육회나 육사시미를 어려움 없이 먹는 사람이라면 거부감이 들지 않을 것이다. 기름기 없이 깔끔한 생고기를 맛볼 수 있다. 

관련 키워드 : #맛집,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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