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해외여행]포프투칼 포르투… 유럽에서 '자유 시간'

도루江 따라… 유럽에서 '자유 시간'

느긋한 여행, 리버 크루즈

'낭만의 도시' 포르투

오렌지색 지붕이 오밀조밀 모인 도루강 양편을 거대한 아치형 철골 다리가 잇는다.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오래 잊히지 않는 포르투갈의 항구 도시 포르투 풍경이다./롯데관광

"살아보니 참 질그릇 같은 나라"라고 포르투갈 생활 8년째라는 한 교민이 말했다. 잠시 들른 여행자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길에 깔린 돌은 전부 반들반들 모서리가 닳아 있고, 건물마다 흙으로 울퉁불퉁 빚은 그릇처럼 투박하면서도 온기가 배어 있다.

유럽의 가장 서쪽. 대서양과 스페인 사이 포르투갈은 국내에 세세히 알려진 나라는 아니다. 어마어마한 대자연이나 휘황찬란한 유적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맑게 부서지는 햇살 아래 오래된 가죽 소파처럼 여행자를 푸근하게 감싸 안는다.


달콤한 도시 포르투

8월의 토요일 오후 포르투(Porto) 시내에 도착했다. 포르투갈 제2의 도시 포르투에서 출발하는 도루강 크루즈를 타러 갔다. 국내엔 수도 리스본이 더 잘 알려져 있지만, 포르투는 휴가철마다 유럽 각지에서 관광객이 밀려드는 '낭만의 도시'다. 세로로 긴 직사각형 모양인 포르투갈 북서쪽 모서리 근처에 포르투가 있고, 여기서부터 스페인 중서부까지 897㎞ 길이 도루강이 이어진다.

항구도시 포르투는 압도적인 풍경으로 가슴에 남는다. 언덕을 따라 오렌지색 지붕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그 앞으로 흐르는 강물에 라벨로(와인을 실어 나르던 전통 배)가 유유히 떠간다.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가 디자인했다는 커다란 아치 모양 동 루이스 1세 철골 다리가 강 사이를 잇는다. 주말을 맞은 시민과 관광객이 몰려나와 강가에 늘어선 카페와 식당을 빽빽이 채웠다. 정어리(사르디나) 굽는 냄새가 골목마다 고소하게 풍겼다.

골목 따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 것 같다. 히비에라 역사지구 등 수백 년 전 동네가 보존돼 있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이름이 포르투에서 비롯됐을 만큼 포르투는 교역으로 일찍부터 번성했던 상업 중심지였다. 대항해시대가 지나고 유럽의 경제 중심이 옮겨가면서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정체됐다.

도심 구석구석엔 채색 타일 아줄레주로 낡은 외벽을 소박하게 장식한 건물이 많다. 윤을 낸 돌이라는 뜻의 아줄레주는 포르투갈 고유 장식 문화로, 타일에 그림을 그려 벽을 꾸민다. 상 벤투 기차역에는 역사적 전투 장면을 그려넣은 2만개 타일이 벽에 붙어 있다. 산투알폰소성당과 카르무성당에도 성직자의 삶과 수도회 기사단 창립을 그린 아줄레주가 건물 정면과 측면을 채웠다. 하얀 타일 위에 새파란 물감으로 그렸는데도 이야기가 녹아 있어 따스해 보인다.

①포르투 렐루 서점 안 곡선으로 된 계단. ②‘포르투갈의 발상지’ 기마랑이스 성. ③라메구의 ‘치유의 성모 마리아 성지’. ④계단식 와이너리 사이를 지나는 리버 크루즈./렐루 서점 인스타그램 치유의 성모 마리아 성지 페이스북·최수현 기자


도루강 따라 리버 크루즈

느긋한 포르투갈을 느긋하게 여행하는 데 크루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강을 따라 이동하는 크루즈는 승객 100여 명을 태울 수 있는 아담한 규모로, 바다를 항해하는 크루즈처럼 거대하지 않다. 오전에 차로 30분~1시간 거리 관광지를 둘러본 뒤 배로 돌아와 점심을 먹는다. 이때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말 그대로 '자유의 시간'. 물 위로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크루즈를 타고 여행의 피로에 허덕이지 않으면서도 풍경과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도루강을 따라 오래전부터 크고 작은 도시들이 발달했다. 하루 한 곳씩 여유롭게 둘러본다. '건국의 도시'로 불리는 기마랑이스는 1100년대 포르투갈이란 국가가 처음 생겨났을 때 첫 수도였다. 중세의 탄탄한 성과 공작 저택, 성당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시간 여행을 온 듯하다.

라메구의 산투 이스테바우 산 위 '치유의 성모 마리아 성지'는 우아한 자태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본다. 1777년부터 1966년까지 공사가 진행된 건축물은 로코코 양식의 부드러운 곡선으로 섬세하게 장식됐다. 900개 넘는 계단과 난간, 테라스를 정교하게 꾸미고 아줄레주 그림을 더했다. 높은 곳에서 위용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따스하게 감싼다. 라메구 지역 어디서나 올려다보면 간절한 기도의 마음이 절로 솟아난다.

샌드맨 와인 하우스에서 만든 포트 와인


브랜디 섞은 포트 와인

크루즈 객실에 앉아 밖으로 통하는 유리문을 열면 바삭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여름이지만 습도가 낮아 상쾌한 바람이 분다. 강변에서 수영하는 사람들과 손 인사를 나누며 키 작은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 아몬드나무, 코르크나무 사이를 지난다. 강 주변 언덕에 계단식으로 조성된 와이너리에선 포르투갈의 명물이자 도루강의 자랑인 '포트(port) 와인'이 생산된다.

포트 와인은 강한 단맛이 나며 알코올 함량이 18~20%로 높은 것이 특징이다. 브랜디를 섞었기 때문이다. 백년전쟁(1337~1453) 이후 프랑스 와인을 수입할 수 없게 된 영국이 포르투갈에서 와인을 들여왔으나, 배에 실어 이동하는 동안 지나치게 숙성돼 맛이 떨어졌다고 한다. 운송 도중 와인 맛이 변질되는 것을 막는 방법으로 발효 중인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했다. 효모는 파괴되고 아직 발효가 끝나지 않은 포도의 당분은 그대로 남아 달콤한 맛이 난다.

빌라헤알 인근 지역을 배가 지날 때 와이너리 투어를 할 수 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통에 포도를 넣고 발로 밟아 으깨는 전통 방식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쌉쌀한 다크 초콜릿을 씹으며 포트 와인 한 모금을 삼키면 입안 가득 달콤함이 살아나면서 목으로 넘길 때 찌릿하다. 포르투갈 여행이 입속에서 완성된다.

●한국에서 포르투갈로 가는 직항 노선은 없다. 환승한 뒤 포르투 국제공항으로 들어간다.

●Chez Lapin은 포르투 도루강변에 자리 잡은 식당. 포르투갈 전통 음식인 정어리(사르디나) 구이, 소금에 절인 대구 요리(바칼라우)에 포트 와인을 곁들인다. 기마랑이스의 카페 Divina Gula에선 포르투갈의 명물 에그타르트를 맛볼 수 있다.

●포르투의 렐루 서점은 ‘해리포터 서점’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작가 조앤 롤링이 포르투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시절 호그와트 마법학교 관련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곳. 유연한 곡선의 계단이 신비롭다. www.livrarialello.pt

●롯데관광은 11월 초 출발하는 포르투갈 도루강 크루즈 여행 상품 4종을 판매한다. 

포르투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4박 일정이 공통으로 포함됐다. 앞뒤로 스페인 일정을 더한 9일짜리 상품, 포르투갈 다른 지역과 스페인 여행을 추가한 12일짜리 상품, 프랑스 남부를 더한 14일짜리 상품, 모로코와 연결한 14일짜리 상품이 마련돼 있다. 크루즈 안에선 맥주와 와인이 무제한 제공되며, 포르투갈 전통 음악 파두 공연 등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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