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육아휴가 늘려야 하는 이유
이번 연구는 전세계에서 25만명이 넘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지난 30년 동안 실시된 350건 이상의 연구를 수년 간에 걸쳐 메타-분석한 것으로, 미국 심리학획(APA)가 발행하는 ‘응용심리학 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조지아대 심리학과 크리스틴 쇼클리(Kristen Shockley) 조교수는 “연구 결과가 놀랍다”며, “우리는 본질적으로 연구 대상자들이 보고하는 ‘직장-가정 사이 갈등’의 수준에 관한 한 여성과 남성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결과는 일반 대중의 인식과는 크게 상반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문제가 언론에 표출되는 방식이 우리 사고 방식의 틀을 만들어내고 주기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이 이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자신들도 작지 않은 ‘직장-가정 간 갈등’을 겪으리라고 예상하며, 여성들이 남성들보다는 이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얘기를 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도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남성들도 자녀 보육을 가장 중요한 책무로 생각하지만, 직장에서 대놓고 가정사를 말하지 않는다.
Credit: Pixabay
1차 보육자 아빠 점점 늘어나
이전의 일부 연구들에 따르면 남성들은 소심하다고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남성성에 대한 위협 또는 일에 충실치 못 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받을까봐 일과 가정의 관계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 포함된 연구들에서 수행된 익명, 비공개 조사 등에서는 남성들이 직장-가정 간 갈등에 대해 더 많은 공개적인 토론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쇼클리 교수는 말했다.
그는 “여성과 같은 정도의 직장-가정 간 갈등을 느끼며 말없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남성들이 그에 관해 덮어두고 지내는 것은 스스로에게 해가 된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어린이들의 1차 보육자가 된 남성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여성들이 아직도 어린이 보육과 집안 일 챙기기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지만 평균적인 아버지들도 같은 일들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퓨 연구센터(Pew Research Center)의 한 연구에 따르면 아빠들도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육아가 자신의 정체성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또한 가정 일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느라 직업 혹은 직장에 소홀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경력에서 감점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나 남녀 맞벌이가 보편화됨으로써 1차 보육자 아빠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Credit: Pixabay
남녀평등 수준 관계 없이 직장-가정 갈등 호소
이번 메타 분석에 포함된 연구의 약 절반은 미국에서 수행되었으며, 나머지는 주로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실시됐다. 연구팀은 또한 연구를 수행하며 대상 국가의 남녀평등 등급을 조사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남녀평등 수준에 관계 없이 남녀 모두 비슷한 수준의 직장-가정 갈등을 보고했다. 광범위한 남녀불평등이 존재하는 중동지역에서는 직장-가정 간 갈등에 관한 연구가 거의 실시되지 않았다. 쇼클리 교수는 이 지역에서는 아마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서로 다른 하위그룹으로 분류했을 때 ‘직장-가정 갈등’에 대해 남녀 간 약간의 차이들이 검출됐으나 규모로 볼 때 크지는 않았다. 엄마들은 맞벌이 여성이 그렇듯이 가정 일로 직장 일을 방해받는 정도가 남성보다 약간 큰 것으로 보고됐다. 맞벌이 남성들은, 부부가 같은 직업을 가졌을 때 여성쪽이 그렇듯이, 직장 일 때문에 가정 일에 방해를 받는다는 보고가 좀더 많았다. 이번 분석에 포함된 일부 연구들은 10년 전에 실시되었으나 거의 절반은 2010년 이후에 발표되었다.
남녀 가사분담과 아빠-자녀 간 유대감을 돈독히 하게 하기 위해 남성 육아휴가와 휴직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redit: Pixabay
남성 육아 휴가 늘려야 한다
쇼클리 교수는 남성과 여성이 거의 같은 수준의 직장-가정 갈등을 경험하지만 이를 서로 다르게 인식한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가정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전통적인 인식 때문에 여성들은 직장 일로 인해 가정 일이 지장을 받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 그러나 그 문제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 이번 메타분석에 포함시키지 못 했다. 아버지들의 전통적인 역할은 1차적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어서 일을 해서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여성들에 비해 죄책감이 덜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여성들이 노동인구에 진입하고, 더 많은 남성들이 자녀 보육 책임을 떠맡음에 따라 미국에서 이러한 성 역할은 변화하고 있다.
쇼클리 교수는 회사와 정부는 융통성 있는 업무 조정과 보육 지원, 유급 출산 휴가 및 육아 휴직 등을 포함해 남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직장-가정’ 정책을 확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직장 가운데 21%가 여성에게 육아 휴직을 주는 반면, 남성에게 육아 휴가를 주는 직장은 9%에 불과해 미국은 두 분야에서 모두 세계 최하위 수준에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수리남, 파푸아 뉴기니아가 남녀 유급 출산휴직을 보장하지 않는 나라들이라는 것.
미국에서는 아버지들이 평균적으로 매달 하루의 육아 휴가를 받고, 96%의 아빠들이 자녀 출산 후 2주 이하의 휴가를 받는다. 쇼클리 교수는 아빠의 육아 휴직이 늘어남으로써 엄마가 좀더 잘 쉴 수 있고, 배우자 간 동등한 가사 분담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아빠-자녀 간 유대감이 돈독해 진다고 말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