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DB
8월 22일자 조간신문들. /한경진 기자
21일 춘천지법에서 재판을 마치고 밝은 표정으로 일어나는 김 후보자 모습이다. 그의 엄지 손가락에는 마침 ‘파란색 고무 골무’가 끼워져있었다. 기자들이 이걸 놓칠리 없다. 직업병이다. 이런 장면은 손가락 부분만 확대·가공·재생산해줘야 직성이 풀리는 법이다.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21일 오후 춘천지법 재판정에서 사진기자를 마주쳤다. /연합뉴스
골무는 방대한 종이기록 넘길 일이 많은 법조인에겐 매우 익숙한 아이템이지만, 일반 시민들은 학교 근처 ‘복사집’이나 옷 수선집에서 이따금 보는 물건이다. 과거에는 어머니들이 바느질할 때 자주 썼지만, 이제는 추억의 물건이 됐다.
고무 골무는 법조인 중에서도 그동안 특히 ‘판사의 상징’처럼 여겨져왔는데, 일부 판사들은 매일 쓰는 물건인 골무에 감정 이입 내지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에세이를 종종 남겨왔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2008년 대법관을 퇴임할 때 ‘골무를 떠나보내며…’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골무는 인공눈물(人工淚液)과 더불어 일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라며 “골무를 끼고 사건기록을 보다가 피곤해진 눈에 인공눈물을 넣어 억지 눈물이라도 흘리는 것이 제 일상의 한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도 ‘판사의 물건’으로 골무를 소개했다. 문 부장판사는 “종이 넘기는 고무 골무라고 하면 우체국 접수 창구 직원, 돈 세는 은행원을 연상하겠지만, 평생 사용 횟수는 판사가 최고일 것”이라며 “초임 판사부터 대법관까지 모든 판사들의 엄지 손가락에 끼워져 있다”고 설명한다.
고무 골무는 법조인 중에서도 그동안 특히 ‘판사의 상징’처럼 여겨져왔는데, 일부 판사들은 매일 쓰는 물건인 골무에 감정 이입 내지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에세이를 종종 남겨왔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도 ‘판사의 물건’으로 골무를 소개했다. 문 부장판사는 “종이 넘기는 고무 골무라고 하면 우체국 접수 창구 직원, 돈 세는 은행원을 연상하겠지만, 평생 사용 횟수는 판사가 최고일 것”이라며 “초임 판사부터 대법관까지 모든 판사들의 엄지 손가락에 끼워져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 골무가 최근 판사를 제치고 ‘검사의 전유물’로 주목받기도 했다. TVN드라마 ‘비밀의 숲’ 때문이다. 주인공인 검사 황시목(배우 조승우)이 자주 착용하고 나왔는데,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황시목의 골무가 되고 싶다’는 네티즌이 등장하기도 했다. 황시목이 기록을 싸갖고 다니는 ‘분홍색 보자기’와 함께 극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소품으로 소개됐다.
드라마 '비밀의 숲'에는 주인공인 검사 황시목이 골무를 자주 착용하고 나온다. /비밀의 숲 캡쳐
'비밀의 숲'의 장면들. 골무와 함께 기록을 싸는 분홍 보자기가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살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밀의 숲 캡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