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영화] 당신도 혹시, ‘소셜포비아’? 영화 ‘소셜포비아’

당신도 혹시, ‘소셜포비아’?

# 영화 ‘소셜포비아’

감독: 홍석재
출연: 변요한, 이주승, 류준열, 유대형, 전신환, 하윤경
장르: 스릴러, 드라마
상영시간: 1시간 42분
개봉: 2015년 3월 12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KAFA FILMS 제공


얼마 전, 구독자 83만에 달하는 모 남성 유튜버를 비롯한 사람들이 한 여성 유튜버를 찾아가 죽이겠다는 살해 협박 사건이 일어났고 온라인에서 큰 논란이 됐다. 사건의 경위가 길어서 이곳에 전부 옮기진 못하지만 ‘온라인’이라 가능했던 유튜버들 간의 싸움이 오프라인에서 현실화될 뻔한 사건이다. 그리고 남성 유튜버가 여성 유튜버의 신상정보라고 주장하며 노출한 정보는 아무 관련 없는 일반인의 정보로 나타나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마치 이러한 사건을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 2년 전 개봉해 유사한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소셜포비아’를 소개한다.

(*아래에는 영화 ‘소셜포비아’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현피’ 사건
 

KAFA FILMS 제공


탈영병이 자살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세상을 떠난 그 군인을 추모하는 게시물들과 함께 또다시 군대와 관련된 익숙한 논쟁이 시작된다. 그러던 중, ‘레나’라는 ID의 여성 트위터리안이 그 군인을 모욕하는 게시글을 올리고, 논란에 불을 지핀다.

레나의 말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이에 분노한 남성 커뮤니티 유저들은 레나의 신상정보를 털어 모욕과 비난을 가한다. 그리고 인기 BJ ‘양게’는 ‘정의를 위해서’ 레나에게 직접 사과를 받으러 갈 ‘현피(현실의 '현'과 PK(Player Kill)의 'P'를 합성한 신조어)’ 원정대를 모집한다. 경찰 고시생 지웅(변요한)과 용민(이주승)도 똑같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원정대에 합류한다.

레나를 찾아가는 원정대의 모습은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된다. 그들이 찾아간 곳은 실제로 레나의 집이 맞았고, 문은 열려 있었다. 하지만 레나는 이미 목을 매고 자살한 상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놀란 원정대 멤버들은 레나를 죽인 진범이 따로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는 자신들을 곤경에 빠뜨린 진범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 SNS 시대의 자화상
 

KAFA FILMS 제공


영화 속 인물들은 ‘억울함’을 입증하기 위해 진범을 쫓는다. 진범이 누구든, 자기 자신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들은 사건에 더럽게 얽혔다고 생각하고 레나가 자살한 현장에서 가장 먼저 자기가 쓴 악플들을 지우는 사람들이다. 대선 직후, 관리자에게 자신이 쓴 모든 혐오 게시글을 지워달라던 ‘일베’ 회원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리고 현피와 레나의 죽음과 관련한 모든 책임은 그들이 진범으로 지목한 특정 인물에게 쏠린다.

‘소셜포비아(Socialphobia)’의 뜻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병리적 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로 어미에 붙어 ‘공포증’, ‘혐오증‘ 등을 의미하는 단어 ‘포비아(-phobia)’를 합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이름처럼 ‘소셜포비아’의 이야기는 최근 일어난 유튜버 살해 협박 사건과 굉장히 닮았다. 온라인 상에서 일부 남성을 자극하는 여성의 어떤 발언 또는 행동이 있고, 분노한 영향력 있는 남성 BJ를 중심으로 해당 여성의 신상정보를 털어 그 주소로 직접 찾아가는 과정이 유사하다. 물론 영화는 이야기의 수위 조절을 위해 ‘사과’를 받으러 찾아간다는 설정이지만, 수위 조절이 없는 현실에서는 살해 및 강간 협박이 이어진다.

영화를 연출한 홍석재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영화는 사람들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특정 선수를 비난한 악플러의 신상정보를 털고 오프라인을 통해 지속적인 위협을 가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즉, ‘싸이월드’로 대표되는 초창기 SNS 시대에도 익명의 다수가 특정 대상을 향한 조리돌림(죄를 지은 사람을 벌하기 위하여 끌고 돌아다니면서 망신을 시킴)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은 온라인 세상에서 찰나의 시간 동안 ‘핫한’ 얘깃거리가 될 뿐, 사회적인 문제로 다루어지지 않고 잊혀진다.

# SNS 시대의 윤리

KAFA FILMS 제공


요즘 포털 사이트나 각 커뮤니티 댓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악플들, 잊을 만하면 기사화되는 현피 사건 등은 SNS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다. 사람들은 온라인 상의 누군가의 언행을 단죄하기 위해 욕설과 비난이 담긴 또 다른 악플을 달아 자신이 정의의 사도임을 자처한다. 그 속내가 개인의 스트레스 해소이건, 재미를 위한 것이건 상관없다. 그들 생각에 비난의 대상은 비난 받기에 마땅하기 때문에, 그 대상에게 자신도 비난을 가하는 것에 기꺼이 동참한다.

나아가 영화와 유튜버 살해 협박 사건처럼 일부의 사람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현실에서 집단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 자신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사람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함을 증명하거나, 힘의 균형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특히나 일련의 과정을 생중계하면 (그들 입장에서) 이들에게는 금상첨화다. 사람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컨텐츠가 되는 것이고, 잘하면 사람들의 후원으로 돈도 벌 수 있다. 현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실시간 댓글, 또는 사이버머니 제공 등의 방식으로 폭력의 행렬에 기꺼이 동참한다.

영화 속 이야기나, 최근 유튜버 사건에서나 해당 여성이 자살한 군인을 모욕했다거나, 남성비하적 발언을 일삼았다는 점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피에 참여한 사람들의 폭력적인 행동을 합리화시키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도 이들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고 가상의 공간 뒤의 사람들은 오히려 이를 부추기고 호응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레나의 자살이 명확하다는 이유로 법적인 처벌을 면하고, 현실에서 살해 협박을 한 유튜버들은 범칙금 5만원 처분을 받았다. 놀라운 현실이다. 공교롭게도 영화 속 레나도, 현실에서 살해 협박을 받는 유튜버도 여성이라는 점도 반드시 숙고해봐야 할 문제다. 누군가를 향한 폭력, 또는 누군가의 죽음마저 하나의 흥미로운 컨텐츠 정도로 소비되는 인터넷 세상에서 ‘윤리’는 어떤 의미일까. 문제는 일련의 사건들이 ‘특정한’, ‘일부’ 사람들의 일탈 행동으로 보기에는 오랜 시간 동안 너무나 만연해있는 인터넷 문화라는 점이다. 웹툰 ‘송곳’ 속 대사처럼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그들 아닌 우리의 문제다.

# 현실과 영화 사이
 

KAFA FILMS 제공


영화는 홍석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고, 2억 미만의 제작비로 완성된 독립영화다. 그럼에도 미스터리의 매력을 살린 동시에 현실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한 영상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고,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부일영화상, 춘사영화상, 들꽃영화상 등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텍스트 과잉의 SNS 현실을 섬세하게 연출한 감각이 돋보인다.

또한 ‘미생’으로 주가를 올리던 변요한과 TV와 영화를 오가며 제 역할을 하는 배우 이주승의 호연으로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물론 그 배경에는 대기업 계열의 배급사의 힘도 있다). 극중에서 인기 BJ로 분해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한 류준열을 일약 스타로 발돋움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영화는 볼 거리도, 생각할 거리도 많다. 일상에서 SNS를 매일, 매 시간 접하는 관객은 공감하거나 관심 가질 만한 장면이 많을뿐더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10대들의 스마트폰과 SNS 이용시간이 점차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나 각종 혐오가 만연한 SNS 컨텐츠들이 10대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자녀 혹은 조카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주체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알리는 계기로 삼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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