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난임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난임에는 남성과 여성의 건강 상태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도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자궁내막증’이다. 그런데 최근 20~40대 가임기 여성 중 자궁내막증을 호소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자궁내막증이란
자궁내막증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우선 자궁내막이 무엇인지 알아야한다. 자궁내막은 자궁의 가장 안쪽 공간을 이루는 층으로 자궁근육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가임기 여성이 겪는 월경은 자궁내막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증식했다가 떨어져나가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임신 중 배아가 자궁에 착상할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공간도 자궁내막이다. 그런데 늦은 출산이나 서구화된 식습관,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생리혈이 역류하면서 자궁 내에만 존재해야 하는 자궁내막이 난소나 나팔관, 골반 내 복막 등 비정상적인 위치에서 자라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자궁내막증이다. 자궁내막증은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다. 또한, 가장 흔한 증상인 골반통증은 보통 생리통과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8만328명이던 환자가 지난해 10만3404명으로 늘었다. 자궁내막증 환자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임기인 20~40대 환자가 8만9382명으로 전체의 8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통·성교통뿐 아니라 난임 위험 높여
자궁내막증이 문제가 되는 가장 주된 이유는 ‘난임’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자궁내막증이 생기면 난소와 주변 장기가 서로 붙는 골반 내 유착이 잘 생긴다. 이 경우 나팔관이 제대로 운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난자와 정자의 수정과 배아가 자궁 내로 유입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난임의 원인이 된다. 난소나 나팔관, 골반 내 복막 등 비정상적인 위치에 존재하는 자궁내막 조직에서 출혈이 발생하면 심한 생리통이나 성교통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생리통이 없던 사람에게서 갑자기 생리통이 생겼다면 자궁내막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심한 생리통으로 진통제 등을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1년 이상 시행함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자궁내막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자궁내막증, 왜 생길까?
자궁내막증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학계에서는 늦은 임신과 출산 등 다양한 원인이 자궁내막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궁내막증의 원인으로 추정하는 주요 요인들에 대해 알아본다.
1 —— 빠른 초경과 늦은 임신
한국인의 초경 연령은 1988년 13.5세였던 것이 2016년에는 12세 이하로 낮아졌다. 반면, 초혼 나이는 점차 늦어지고 있다. 1990년 24.9세였던 초혼 연령이 2015년에는 30세까지 높아지는 만혼 현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초경을 일찍 하고, 결혼을 늦게 해 임신이 늦어지면 임신으로 인해 생리가 멈추는 기간이 줄거나 없어진다. 이는 생리혈이 역류하게 하는 빈도를 높여 자궁내막증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일상생활 중 노출되는 환경호르몬도 자궁내막증을 유발·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장난감이나 일회용 캔, 병뚜껑 안쪽 코팅제로 쓰이는 비스페놀A 등 환경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여성의 인체에 필요한 에스트로겐 양은 소량이지만,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체내 에스트로겐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자궁내막을 두껍게 만들어 자궁내막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비스페놀A뿐 아니라 세제나 샴푸, 일회용생리대 등에서 나오는 노닐페놀, 프탈레이트 등의 환경호르몬도 자궁내막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2015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플라스틱 그릇의 사용을 자제하고 유기농 생식을 한 사람의 경우 자궁내막증에 의한 생리통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 —— 교대근무
교대근무나 야근, 늦은 취침 등도 자궁내막증 위험을 높인다. 우리 몸은 수면을 취하는 동안 신진대사가 느려지면서, 생체 리듬을 조절해주는 호르몬이 몸의 균형을 맞춰준다. 그런데 교대근무나 야근, 늦은 취침 등으로 밤과 낮이 바뀌게 되면 생체리듬의 변화가 오고 여성호르몬 불균형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한의학에서는 자궁내막증이 자궁에 나쁜 피인 어혈이 쌓여 기가 흐르는 통로를 막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교대근무를 하는 등 생체리듬이 깨지면 어혈이 잘 생겨 자궁에 문제가 생길 위험도 커진다.
위의 원인과 반대로 오히려 자궁내막증에 의해 문제가 생기는 질환도 있다. ‘염증성장질환’이다. 2012년 덴마크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77년부터 2007년까지 자궁내막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 3만7661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자궁내막증을 진단받은 환자에게서 20년 후 염증성장질환이 발병할 위험은 자궁내막증이 없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 아니라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의 발병률도 높았다. 연구진은 자궁내막증이 염증성장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궁에 생긴 문제가 장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자궁내막증의 치료
현재 자궁내막증의 확진은 진단적 복강경수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자궁내막증이 난소에서 발생해 난소에 종양을 형성한 경우 초음파를 통해 발견할 수 있지만 실제 자궁내막증 환자의 경우 종양을 형성하지 않고 골반 내 자궁내막증 병변이 모래알처럼 뿌려져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초음파, CT, MRI 등을 통해 병을 진단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산부인과에서는 자궁내막증으로 의심될 경우 초음파 검사를 통해 병변을 확인하고, 병변이 없더라도 자궁내막증이 의심되는 증상이 지속될 경우 환자와 상의 후 진단적 복강경수술을 시행한다. 치료는 환자의 자각 증상 정도, 추후 임신 여부, 각각의 치료에 따른 부작용 등을 고려해 환자 상태에 맞춰 선택하게 된다.
자궁내막증에 주로 시행하는 치료는 호르몬 치료와 수술적 치료다. 경우에 따라 다양한 보조생식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수술은 주로 복강경수술이 시행되는데,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하고 회복이 빠르며, 통증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단일공 로봇수술장비를 통해 배꼽에 한 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하기도 한다. 난소 기능이 떨어진 환자라면 난소 기능 평가를 한 뒤 주치의와 치료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자궁내막증은 수술 후에도 생리를 하는 경우 재발률이 30~40% 정도로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치료 후 임신 계획이 없는 여성이라면 재발 방지를 위해 수술 후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를 억제해 자궁내막증 병변을 소멸 혹은 위축 상태로 만드는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자궁내막증은 월경 기간 동안 재발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예방과 조기치료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생리통 등 증상이 없는 사람도 20세 이후라면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해 몸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일 20세 미만 청소년기 여성이라도 초경 이후 없었던 생리통이 새롭게 발생하고, 진통제로도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면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자궁내막증의 발병과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 등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물건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하복부를 따뜻하게 해주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자궁내막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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