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계란 4가지 `황당 시리즈`

① 작년까진 농약검사도 안해② 비펜트린 나왔는데도 무항생 인증 `적합`판정③ 농약병 안보이면 계란 시료 수거 안해④ 민간인증업체 상당수 최소 심사인력 못갖춰

◆ 살충제 계란 공포 ◆

정부에서 '친환경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에서 연이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친환경 마크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지난 17일까지 살충제 검출 판정을 받은 친환경인증 농가 31곳의 검사내역을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데이터베이스(DB)와 현장 인증업체들을 통해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까지는 시료 채취를 통한 '농약 검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가축에 대해선 항생제 등 동물용 의약품 사용 여부만 검사하다 농약 성분에 대한 검사 규정을 뒤늦게 추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친환경(무항생제)인증을 갱신할 땐 '생산과정조사'와 '잔류농약분석' 두 가지 조사를 사후관리 차원에서 실시한다.전자는 민간 인증기관이, 후자는 정부 산하기관인 농관원이 각각 맡는다. 이 중 잔류농약분석은 지난해까지 검사내역에선 한 곳도 발견할 수 없었다. 농관원이 지난해 하반기에나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규정을 변경해 농산물이 아닌 축산물에도 동물용약외품에 대한 사용규제 항목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의무적 성분분석 없이 산란계 농가들에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연장해줬다는 얘기다. 민간 인증기관이 주로 하는 생산자과정조사에도 약품 사용 기준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민간 인증기관들에 시료 채취를 통한 정밀분석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비펜트린이 기준치 초과로 검출된 한 농가의 생산자과정조사를 맡았던 A인증업체 관계자는 "인증 기준 여러 개 중 한 가지만 확인할 수도 있고 중요한 몇 가지만 골라서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며 "점검자 재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증업체 관계자는 "보통 농가에 적합 판정을 줄 때는 경영자료나 약품사용내역 등 서류만 본다"며 "시료 채취는 하는 경우도 있고,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태껏 농가가 제출하는 서류와 농가 말만 믿고 인증을 갱신해줬다는 의미다. 

경기도 양주시 A산란계 농장은 지난 15일 농관원 경기지원이 시행한 잔류농약검사에서 비펜트린이 검출됐음에도 무항생제 인증 '적합' 판정을 받았다. 검사를 시행했던 농관원 경기지원 의정부사무소 관계자는 "검사 당시 비펜트린이 검출됐으나 기준치 이하로 나와 적합 판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농장이라 농약을 쓰면 안 되는 게 맞는다"면서도 "어쨌든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기 때문에 적합 판정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있는 '무항생제축산물 인증기준'에는 "무항생제축산물로 출하되는 축산물에 동물용의약품이 잔류돼 있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설명대로라면 규정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인증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최근 피프로닐 또는 비펜트린이 검출된 산란계 농가들에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내준 민간 인증업체들은 하나같이 이번 사태 이전까지 "시료(계란) 수거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이들 업체에 시료 수거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시료 수거에 따른 성분 분석을 시행할 경구 분석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수혜자부담원칙'에 따라 농가가 부담하게끔 돼 있다. 농관원 관계자는 "시약과 분석장비 등도 모두 수입산"이라며 "오히려 시료 수거를 자주 하는 게 국가적 낭비"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농가 입장에서도 시료 제출을 상당히 꺼린다는 설명이다. 한 민간 인증업체 관계자는 "현장 방문 시 농가 주변에 농약 봉투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시료 수거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초 전국 농가를 뒤덮은 조류인플루엔자 역시 인증업체들이 농가 시료 수거 및 현장점검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고 인증업체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 인증업체 관계자는 "닭이 폐사해 계란 생산이 안 되는 곳도 있었고, 현장 방문 자체가 불가한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친환경 농가를 인증해주는 민간 인증업체들은 자격조건도 제대로 못 갖춘 곳이 많았다. 농식품부 규정에 따르면 인증기관이 되려면 심사인력을 5명 이상 둬야 하지만 실제론 그에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인증기관은 지방 대학 산학협력단과 일반 민간 사업자가 절반씩 차지하는데 인력이 3~4명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하다"고 말했다. 규정상 5명이 넘어야 하지만 실제 활동은 그에 미치지 못해 부실하다는 점을 스스로 털어놓은 셈이다. 실제 인증업체들은 비상주 인력이 많아 5명 이상을 상시로 확보하기란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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