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불패’ 신화를 이끌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정부의 전방위 규제에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투자로 쉽게 돈을 벌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 의도다. 이에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과 재건축 예정 아파트 보유자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짙은 관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
- ▲ 사업시행인가 승인을 앞두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전경./김연경 객원기자
현재 8·2 부동산 대책의 집중 타깃이 된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대책 이후 확연히 가라앉았다.
정부 규제로 조합원 지위 양도를 할 수 없게 된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는 현금 청산 대상이 되는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포 주공 1단지(1·2·4주구), 신반포3차, 경남 등 반포 일대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는 시세보다 2억~3억원 낮은 매물이 나와 있지만 매수자가 없어 거래가 사실상 ‘올스톱’ 됐다. 익명을 요구한 반포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매물이다보니 투자자에게 말도 꺼내지 못한다”며 “사겠다는 사람들에게는 주변 일반 아파트를 권한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0차는 전용면적 54㎡가 7억원에 급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규제 전과 비교하면 호가가 3억원 정도 하락했다. 조합에 속한 주택 두 채를 보유하고 있던 조합원이 한 채를 처분하면서 ‘현금청산’ 가격을 감안해 내놓은 매물이다.
정부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큰 폭으로 내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0.25% 하락했다. 주간 단위 조사에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내린 것은 올해 1월 둘째 주(-0.08%)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 분양가상한제·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부담
기존 소유주들이 재건축 아파트를 계속 보유하더라도 부담은 여전하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로 다음달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를 규제해 일반 분양가를 낮추고 주변 아파트 시세 상승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건축 조합 입장에서는 일반분양 수입이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낮추려는 규제가 잇따르면서 아직 조합을 설립하지 않은 강남권 재건축 대상 단지는 사업 속도를 늦추는 분위기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대치동 은마, 우성, 선경, 미도아파트, 개포주공 5·6·7단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재건축 아파트 사업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재건축 아파트 투자가 소강상태”라며 “단기적으로는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추후 강남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강남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