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앞에 줄선 애연가들 "연초 `히츠` 두보루 주세요"
◆ 전자담배 증세 논란 ◆
"9월부터 가격이 6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데, 일단 서너 보루 정도 미리 사두려고요."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CU 편의점에서 만난 직장인 박 모씨(32)의 손에는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에 쓰는 전용 연초 '히츠' 두 보루가 들려 있었다. 4300원인 히츠 가격이 6000원까지 오를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담배 사 모으기'에 나선 것이다. 그는 담뱃값 부담 때문에 가격 인상 전까지 전용 연초를 조금씩 사둘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주변 동료들이 추천해서 아이코스를 사용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연초 값이 이렇게 갑자기 많이 오를 줄은 몰랐다"며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서 아이코스의 긍정적인 부분은 무시하고 무리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인 이 편의점은 아침부터 히츠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손님이 꾸준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증세가 추진되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광화문 일대 등 직장인 밀집 지역의 편의점에선 전용 궐련 사재기 조짐이 감지된다. 2015년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될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대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아이코스·글로 등의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 수가 눈에 띄게 급감했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조정소위원회는 궐련형 전자담배 연초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를 갑당 126원(g당 51원)에서 594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안을 처리했다. 여야가 31일 본회의 처리를 자신하고 있는 만큼 증세는 확정적이다. 업계에선 제반 세금이 줄줄이 오를 경우 4300원인 히츠 가격은 6000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이 오를 경우 지난 6월 아이코스 출시로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이날 찾은 광화문에 위치한 아이코스 스토어는 직원 숫자가 방문객 숫자보다 많아 보일 정도로 눈에 띄게 한산했다. 구매 전에 5분가량 사용법 설명을 듣는 절차가 있어 평소라면 대기 줄이 늘어서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날만큼은 방문 즉시 상담·구매가 가능할 정도로 사람이 적었다. 현장 관계자는 "비가 내리는 날씨를 감안하더라도 평소와 비교해 고객 수가 매우 적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간접 흡연 피해를 적게 주고, 개인의 건강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는데 일반 담배와 똑같이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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