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영화] 강렬한 뮤지컬 영화 ‘헤드윅’

# 영화 ‘헤드윅’

감독: 존 카메론 미첼
출연: 존 카메론 미첼, 마이클 피트, 미리암 쇼어
장르: 뮤지컬, 드라마
상영시간: 1시간 31분
개봉: 2002년 8월 9일 / 재개봉: 2017년 6월 28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주)엣나인필름 제공

조승우, 오만석, 조정석, 김재욱, 김다현, 송용진, 엄기준, 박건형, 윤도현, 김동완, 송창의, 손승원, 변요한, 윤희석, 이석준, 최재웅, 정문성, 김수용, 강태을, 이주광.

열거한 남자 배우 스무 명의 공통점은? 바로 2005년 초연부터 작년 시즌까지 라이선스 뮤지컬 ‘헤드윅’에서 주인공 ‘헤드윅’ 역을 거쳐간 배우라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이길래 이 많은 배우들이 욕심을 낸 걸까?

국내에서만 2000회 가까운 공연 횟수와 40만 명 이상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한 뮤지컬 ‘헤드윅’의 시작은 1994년 뉴욕행 비행기 안이었다. ‘헤드윅’의 대본을 쓰고 무대에서 직접 헤드윅을 연기한 존 카메론 미첼과, 작품 속 모든 노래를 만든 스티븐 트래스크는 그 날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다. 운명처럼(?)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공연을 만들기로 했다. 1994년, 30분짜리 공연으로 시작한 ‘헤드윅’은 1998년 오프-브로드웨이(Off-Broadway, 500석 이하 규모의 소극장)에서 공식적으로 첫 공연을 펼쳤다.

공연의 성공에 힘입어 존 카메론 미첼이 연출, 각본, 주연까지 담당한 영화 ‘헤드윅’이 만들어졌다. 2002년 개봉한 뒤 15년 만에 되돌아와, 오는 28일 재개봉을 앞둔 영화 ‘헤드윅’을 만나보자.

(*아래에는 영화 ‘헤드윅’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헤드윅과 앵그리 인치


(주)엣나인필름 제공

데뷔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록스타 ‘토미 노시스’가 전국 순회 공연을 다니는 동안, 그를 따라다니며 그의 공연장 바로 옆 레스토랑으로 순회 공연을 다니는 밴드가 있다. 그 이름부터 표독스러운 ‘헤드윅과 앵그리 인치(Hedwig and Angry inch)’.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객이 있는 반면, 그저 밥만 먹으러 온 사람들은 밴드의 열정적인 공연에도 얼굴을 찡그리고, 귀를 막고, 직원에게 항의해 보지만, 끝내는 체념한다. 하지만 관객의 반응이 어떻든, 밴드는 아랑곳 없이 공연을 이어간다.

밴드의 공연에서 단연 청중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건 바로 보컬 헤드윅. 화려한 의상과 가발, 폭발적인 무대 매너를 자랑하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스스로를 “새로운 베를린 장벽”이라고 부르며 경계에 선 사람임을 강조하는 헤드윅. 남자인지도, 여자인지도 알 수 없는 존재 헤드윅은 가사에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삶을 담아 노래를 부른다.

# 삶은 고통의 연속

Track 1. Tear Me Down♪


(주)엣나인필름 제공

독일이 베를린 장벽을 두고 서독, 동독으로 갈라져 있던 시절, 미군이었던 아빠와 동독인 엄마 사이에서 한 남자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의 이름은 ‘한셀(헤드윅의 본명)’. 한셀은 자유를 상실한 동독에서 나고 자랐다. 한셀은 어린 시절 아빠를 포함한 남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이를 알고 남편을 쫓아낸 한셀의 엄마(헤드윅 슈미트)가 유일한 보호자였다. 한셀은 미군 방송에 나오는 록 뮤지션들의 노래를 들으며 자유로운 미국인을 동경한다.

Track 3. Sugar Daddy♪ & Track 4. The Angry Inch♪

20대 후반이던 1988년, 한셀은 동독으로 파견 온 미군 남성 ‘루터’와 사랑에 빠진다. 그는 자유와 사랑의 달콤함을 만끽하기 위해 루터와 함께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엄마에게서 이름을 물려받는다. 이어 성전환 수술까지 감행하지만 수술은 실패로 끝난다. 그렇게 한셀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존재가 된다. 미국으로 온 이후 1년 만에 루터는 떠나버리고 그 해, 한셀의 자유를 가로막던 베를린 장벽은 거짓말처럼 무너진다.

Track 5. Wig In A Box♪ & Track 6. Wicked Little Town♪


(주)엣나인필름 제공

이별의 아픔을 노래 만드는 일로 승화시키며 견디던 시절, 헤드윅은 베이비시터로 일하던 가정에서 10대 소년 토미를 만나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록스타를 동경했던 토미는 헤드윅에게 존경심까지 느끼고, 그에게서 록 음악의 모든 것을 배운다. 함께 노래를 만들고, 공연을 하고, 헤드윅은 토미의 예명까지 지어주지만 토미는 결국 헤드윅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떠나버린다. 게다가 헤드윅이 만든 노래를 자기 것처럼 속이고 데뷔해 단숨에 톱스타가 된다.

출생, 국적, 성(Sex), 가족… 헤드윅이 걸어온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고, 그에게 고통을 견디게 해주는 건 “영원하다고 생각”한 사랑과 노래였다. 하지만 영원하리라 믿었던 사랑(루터, 토미)은 영원하지 않았고, 헤드윅을 또 다른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럼에도 헤드윅은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했다.

# ‘사랑의 기원(The Origin Of Love)’

뮤지컬 영화답게, 영화는 ‘Tears me Down’으로 시작해 극의 대미를 장식하는 ‘Midnight Radio’까지 10곡(정확하게는 토미의 노래까지 11곡)의 노래와 함께 극을 이어나간다. 주인공 헤드윅의 모든 것은 노래와 그 가사, 분위기, 노래하는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노래는 다음에 소개하는 곡이다.

Track 2. The Origin Of Love♪


(주)엣나인필름 제공

극중 헤드윅과 밴드가 두 번째로 부르는 노래(이자 감독 존 카메론 미첼과 스티븐 트래스크가 작품을 위해 가장 먼저 만든 곡)의 이름은 ‘The Origin of Love(사랑의 기원)’이다. 내용인즉, 태초에 인간은 원래 두 쌍의 팔다리와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존재였지만, 신의 노여움을 사고 두 쪽으로 갈라져 서로를 애타게 찾아다니게 됐다는 것, 이것이 사랑의 기원이라는 이야기다.

이 노래는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저서 ‘향연’의 내용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영화가 ‘갈라짐’을 중요한 소재로 삼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히 헤드윅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를 표현하는 기능을 한다. ‘향연’에서 화자 아리스토파네스의 말처럼 헤드윅이 생각하는 사랑은 ‘(갈라진) 둘을 하나로 만들고 인간의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인간이 본성을 되찾게 해주는 것’이다.

인간은 불완전하게 태어났고 사랑을 함으로써 완전한 존재로 거듭난다는 게 헤드윅의 생각이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현실의 사랑은 계속 실패한다. 루터와의 사랑, 토미와의 사랑은 실패하고 헤드윅은 떠나간 연인들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그 때문에 현재의 남편 ‘이츠학’과의 관계도 순탄치 않다. 헤드윅은 이츠학을 구속하려 한다. 스스로 자유로워지기 위해 시작된 사랑은 헤드윅을 점점 속박한다.

# 존 카메론 미첼의 ‘콜라주’ (혹은 ‘몽타주’)


(주)엣나인필름 제공

영화/뮤지컬 ‘헤드윅’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기획하고 영화의 감독이자 각본가, 주인공을 맡은 존 카메론 미첼은 인터뷰를 통해 “감정적으로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존 카메론 미첼이 살아오면서 스스로 경험했거나, 보았던 주변의 모든 것이 영화에 반영됐다. 미군 장교였던 아빠, 동서로 갈라진 냉전 시대에 독일에 체류했던 경험, 가톨릭 동성애자였던 자신의 성 정체성, 글램 록(Glam Rock)에 심취했던 학창 시절,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베이비시터로 일한 동독 출신 여성과, 미군과 이혼해 홀로 남겨진 한국 여성들에 대한 기억도 모두 작품 속에 담겼다.

또한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곡 ‘Exquisite Corpse’의 가사 “A collage, All sewn up, A montage”처럼 미첼은 자신의 정체성, 경험, 기억 등을 마치 콜라주 기법처럼 모든 것을 꿰매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는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애니메이션과 편집 기법(‘몽타주’) 같은 형식적인 측면에도 반영이 되었다. ‘헤드윅’이라는 작품 자체가 수년 간의 공연을 통해 서서히 완성되어 갔다는 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주)엣나인필름 제공

그리고 또 하나, 이 노래를 부르는 헤드윅 역시 콜라주 작품처럼 온갖 것들로 꿰매진 존재다. 앞서 말한 것처럼 헤드윅은 고통과 불행의 역사를 견디며 경험과 기억, 사랑, 또 상처로 점철된 지금의 자신을 형성해왔다. 헤드윅 스스로는 이런 자신이 불완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살면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온전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헤드윅’은 살아온 그 자체로서 하나의 온전한 존재(작품)가 되고, 누구보다 자기 자신의 자유와 해방에 대해 진지하게 말을 건네는 영화다. ‘나를 부정하면 파멸하리라(Deny Me and be doomed)’라는 문구처럼. 무엇보다 이토록 인상적인 캐릭터와 강렬한 에너지를 지닌 뮤지컬 작품은 앞으로도 드물 것이다. 하나라도 빠지는 노래가 없다는 것도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 받는 이유일 테다. 오는 28일, 일부 극장에서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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