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 "中 때문에 어렵다" 호소… 文대통령 "사명감 가져달라"

기업인들 "中 때문에 어렵다" 호소… 文대통령 "사명감 가져달라"


입력 : 2017.07.28 03:04 | 수정 : 2017.07.28 07:46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의 첫 간담회에서 기업들은 새 정부의 국정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상생(相生) 협력 방안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시에 규제 완화를 건의하면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통상 이슈 등으로 인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 만남은 오후 6시 '호프 타임'에서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라는 문 대통령의 건배사로 시작됐다.


◇기업인들 "사드 영향 완화될 기미 없어"

본격 간담회에 앞서 열린 호프 타임에서 먼저 '사드'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요즘 중국 때문에 자동차가 고전하는 거 같은데 어떠냐"는 문 대통령 물음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기회를 살려서 다시 기술 개발해서 도약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현대차는 올 2분기 중국에서 판매량이 60% 급감하면서 전체 순이익이 반 토막 났다. 이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우리는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경쟁사 대비 염려가 없다"면서도 "신세계가 호텔도 조그맣게 하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완전히 빠지고, 면세점에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완전히 없어졌다. (사드 충격이) 전혀 완화될 기미가 없다"고 했다.


文대통령 옆에 오뚜기 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업인들과 대화하며 웃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함영준 오뚜기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연합뉴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문제를 제기했다. LG그룹 계열사인 LG화학은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사드 문제 이후 중국 정부가 일본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엔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모두 제외해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전기차에 있어 우리가 다른 부분은 몰라도 배터리만큼은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지 않으냐"고 말하자 구 부회장은 "중국이 중국산 배터리를 키우려고 한국 업체는 못 들어오게 명문화했다. 우리가 들어가면 중국 로컬(현지)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니까"라고 답했다. 옆에 서 있던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베트남도 (중국으로부터) 그런 압력이 있는 모양이던데. (중국과) 사이 안 좋으니까 베트남에서 수입 막고…"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 해결에 다들 사명감 가져야 한다"고 했다.

◇미국 통상 문제 어려움 토로… 규제 완화 건의도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강화로 인한 통상 문제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요즘 미국 철강 수출 때문에 걱정이죠?"라고 묻자, 권 회장은 "저희는 당분간 미국에 보내는 거는 포기했다. 중기적으로 대응하기로 방향을 잡고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작년 포스코의 총 생산물량은 3600만t. 이 중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물량 100만t(2.8%)은 올 들어 거의 수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기업이나 협회 쪽과 정부가 긴밀하게 서로 협력해야 할 텐데, 잘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그러자 권 회장은 "정부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산업부도 그렇고, 국무총리 마찬가지이고, 경제부총리도 그렇고…"라고 정부 부처를 언급했고, 임종석 비서실장이 "들을수록 믿음이 안 간다"고 맞받아 참석자들이 모두 웃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가장 역점을 들여야 할 서비스가 그런 서비스다. 그런 고충을 앞장서서 해소해시켜 주고…"라고 말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문 대통령이 태양광 사업에 관심을 보이자 입지 조건 등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에 아주 역점을 많이 두고 있던데 태양광이 어떠한가. 자연조건이 안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묻자 금 부회장은 "(태양광에너지 비율이) 5%가 안 되지만 앞으로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입지 조건을 조금 완화시켜 주시면…"이라고 했다. 또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비율 상향 조정을 건의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원전 비중을 줄이는 대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비공개 간담회선 일자리 창출과 상생 다짐…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호프 타임에 이어 비공개 회동에서는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 사이에서 좀 더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 간담회 주제인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에 대해 각 기업이 자신들의 사례를 소개했고, 일부 기업은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 대해 과감하게 지원한 것이 큰 도움이 됐고, 이는 결국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으로 이어졌다"며 "LG디스플레이에서 1000억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했는데 이 중 50%는 2·3차 협력업체에 직접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중국 사드 영향으로 매출이 줄면서 협력업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되는 규제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만약 신고리 5, 6호기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된다면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사업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화는 이날 비공개 간담회에서 비정규직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춘수 부회장은 "한화가 진천, 음성 클러스터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며 "그룹 상시 업무 종사자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 호텔&리조트 등 호텔 부문 계열사를 중심으로 정규직을 늘린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권오준 회장은 "GE(제너럴 일렉트릭)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어떻게 새로운 기업으로 변신했는지 주목해야 한다"며 "포스코도 2차 전지의 주요 소재인 음극재 생산 사업 등 에너지 소재 분야를 통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중소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30년 이상 유지하면서 서로 성장해왔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경식 CJ 회장은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에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달라고 제안했다.

이날 비공개간담회에 대해 정부 측 고위 참석자는 "기업인들이 정말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기업 경영·정책과 관련해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다 나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대기업 법인세 증세'와 관련한 이야기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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